오늘 하루를 에세이 글로 만드는 방법

Jun 7. 2025

이번 주는 조기 대선과 현충일이 있어 다른 날보다 일하는 날이 3일이라 좋았다. 하지만 그만큼 쉬는 날이 많으면 하루에 해야 할 업무량이 늘어나 그만큼 집중하고 몰입해야 빨리 정시퇴근이 가능하다.

현충일 전날 5일은 오랜만에 학과 동문회에 다녀왔다. 내가 전공했던 도시공학과가 생긴 지 30주년이 되었다. 벌써 30년이라. 97학번이 나는 우리 과 3기 출신이다. 위로 선배가 2기수 밖에 없었다. 선배들도 우리도 그 아래 후배들도 누가 끌어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나가다 보니 자주 모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각자의 영역에서 멋지게 자리 잡아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오늘 오후에는 두 아들과 함께 과학관에 다녀왔다. 창원에 있는 과학체험관으로 서울에 있는 과학관보다 볼거리, 체험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았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스스로 눌러보고 체험하다 보니 즐거워했다. 너무 내 일만 한다고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나쁜 아빠다.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나중에도 남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렇게 오늘 하루 일을 대부분 사람은 그냥 흘려보낸다. 글로 적을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오늘 하루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먼저 기록하자. 커피 한 잔의 온도, 지하철 안의 짧은 생각, 누군가의 말 한마디 등. 그 모든 것이 당신만의 에세이가 될 수 있다.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에세이 책을 봐도 일상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많이 보인다. 오늘 글을 에세이로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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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오늘 있었던 일 중 한 가지 장면을 떠올린다.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놓친 일, 출근 후 마신 커피의 향과 맛, 회의 중에 들은 말, 아이와의 대화 등 어떤 일이든 좋다. 기억나는 한 장면을 떠올려 종이에 대충 적어 보자.

둘째, 떠올린 장면에서 그때의 감정을 잡아서 잠시 멈춘다. 버스와 지하철을 놓쳤을 때 아쉬움과 분노, 커피 한 잔에서 느끼는 기쁨, 회의 중에 상사에게 혼나 불편했던 기억 등을 붙잡는다. 잠시 돌아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곱씹어보자.

그 감정이 글을 좀 더 따뜻하게 아니면 차갑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감정이 글의 온도가 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기뻤다, 즐거웠다, 슬펐다 등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말고, 그 상황이나 행동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다.

셋째,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오늘은 그 경험으로 인해 내 감정이 이랬다는 식으로 한 줄로 쓴다. 이 문장이 그 에세이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된다.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된다.

예를 들어 오늘 회의 중에 상사에게 혼났다고 하자. “어제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보고 상사에게 혼났다. 머리가 아팠다. 오늘은 내 마음보다 타인의 눈치를 더 많아 보게 되었다.” 가 핵심 문장이 된다.

넷째, 과거의 경험이나 지금의 생각을 덧붙인다. 감정에서 느낀 점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내 생각으로 정리한다. 또 비슷한 상황을 떠올려서 그 당시에는 어떻게 느꼈는지 같이 적으면 더 좋다. 단순한 기록이 아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내 해석이 들어가게 되면 그 글은 에세이가 된다. 독자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마지막에 짧은 한 줄 메시지로 마무리한다. 독자의 마음에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글 마지막에 한 줄로 짧게 쓴다. 이 한 줄이 어떻게 보면 이 글의 핵심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오늘 하루 일어난 일만 잘 모아도 충분히 에세이 글을 쓸 수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에세이도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쓰는 글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서 글감을 가져오면 그만이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 그저 오늘 느낀 마음 하나만 적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이미 당신이 보내는 일상은 한 편의 에세이다. 그중 필요한 재료만 꺼내어 쓰면 근사한 에세이 책은 금방 완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