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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써야 삶이 선명해지는가?

by 황상열

“왜 이리 일이 많지? 오늘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

9시 1분 전 겨우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다. 아침 알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평소보다 15분 늦게 일어났다. 허겁지겁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뛰었지만,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이미 출발했다.

또 10분을 기다렸다.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은 제시간에 타려고 플랫폼까지 뛰었다. 또 내 앞에서 지하철이 떠났다. 오늘따라 뒤죽박죽이다. 지각하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20분이나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 해야 할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다이어리를 펼쳤다. 프로젝트를 적고 하나씩 글로 적기 시작했다. 적었더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1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하여 다이어리 기록이 끝났다. 내가 오늘 해야 할 일과 미뤄도 될 일이 구분되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서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열심히 살았던 지난 과거가 가끔 떠오른다.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문득 돌아보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공허함도 밀려온다. 이런 상황이면 번 아웃도 올 수 있다. 나를 잃어버리기 전에 뭔가 해야 한다. 그때 내가 했던 행위는 단 한 가지다. 바로 글을 쓰는 것.


글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선명해졌다. 직장을 다니는 일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에게 읽고 쓰는 삶을 전파하는 일이다.” 이 문장을 다시 썼다. 머리가 맑아졌다. 앞으로 남은 삶은 이 방향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글로 옮기니 삶이 선명해진다. 왜 글을 써야 삶이 선명해지는지 다시 한번 정리한다.


첫째, 글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돌아보면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포함해서 사람은 매일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낸다. 생각은 계속 흘러간다. 곧 사라진다. 붙잡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게 더 심해진다. 글을 쓴다는 건 흩어진 생각 중 하나를 붙잡는 작업이다. 붙잡아야 선명해진다. 눈에 보여야 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한 줄 한 줄 적다 보면 생각의 윤곽이 또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둘째, 글을 쓰면 감정이 정리된다. 어떤 날은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나가기도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누군가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인데, 별것 아닌 일에도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날은 무조건 글을 쓰자. 쓰지 않으면 오히려 감정이 더 나빠진다. 쓰면 감정이 좀 가라앉는다. 글은 감정을 조종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받아주고 안전하게 꺼내준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 이성이 들어온다. 조금씩 선명해진다.


셋째, 글을 쓰면 삶의 우선순위가 보인다. 쓰지 않으면 뭐가 중요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나도 쓰지 않았다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뒤섞인다. 이렇게 되면 더 불안해진다.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집중하다가 오히려 급한 일을 처리하지 못해 욕먹는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런 순간 글을 쓰자. 쓰기 시작하는 순간 무엇을 지켜야 하고 놓아야 하는지 구분하게 된다.

넷째, 글을 쓰면 진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인생이 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지 아는가? 자꾸 타인과 비교하는 습성 때문이다. SNS 세상에서 나는 초라해 보인다. 남들은 다 잘 사는데 왜 자꾸 나만 이렇게 잘 풀리지 않을까? 그 모습에 내 감정에 잠식된다. 하지만 이럴 때 글을 쓰게 되면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진짜 내 목소리를 찾는 유일한 시간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야 삶이 선명하다.


세계 정세가 참 혼란스럽다. 전쟁, 경제 불안 등의 뉴스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럴 때 같이 동요하지 말고, 오늘 꼭 한 줄이라도 글을 써보자. 쓰면 쓸수록 안개가 걷히고 인생이 선명해진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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