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감기는데, 오늘도 노트북을 켜고 의자에 앉았다. 새로 시작하는 책 원고를 마저 쓰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요샌 1일 1꼭지 전체를 쓰는 게 어렵다. 첫 번째 이유는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져서다. 마흔 후반이 되니 확실히 다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예전보다 확실하게 줄었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면 정작 내가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한다.
첫 책 <모멘텀> 초고를 쓰기 시작할 때가 딱 10년 전 2015년 7월이다. 30대 후반인데도 몸은 피곤하지만, 글만 쓰면 없던 힘도 생겼다. 자정을 넘겨도 한 꼭지는 꼭 완성하겠다고 다짐했기에 잘 수 없었다. 어떻게든 분량을 채우고 침대에 누웠다. 초고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분량을 채우는 데 신경 썼다.
그런데 지금은 1일 1꼭지를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 쉬는 주말에도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지만, 몇 줄 쓰다가 멈추게 된다. 마음만 조급해진다. 이러다가 초고 집필을 끝 까지 못한다. 요새 AI 도구로 한 꼭지 전체를 써달라고 요청하여 나온 그 글을 자신이 쓴 글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 생각과 경험으로 직접 쓴 글을 써야 생각도 정리된다.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찾거나 잘 써지지 않을 때 샘플 문장 제공 등은 괜찮다. 하지만 전체 글을 다 써달라는 건 지양해야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1일 1꼭지 완성에 도전하려 했지만, 눈이 너무 감겨서 멈추게 되었다.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1일 1꼭지 완성이 아니라 1일 1문단을 쓰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보통 한 문단은 4~7개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하루 최소 한 문단이라도 완성하고 있다. 보통 3개월 내 초고를 완성해야 리듬이 깨지지 않는다. 1일 1문단을 쓰게 되면 기간이 좀 길어질 수 있지만,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책 쓰기가 어렵다고 느낀 사람은 1일 1문단으로 쓰기 시작하면 좋다. 왜 그런지 정리해보자.
첫째, 작은 분량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일 1꼭지 완성은 위에도 언급했지만, 쉽게 지친다. 그러나 1일 1문단 쓰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다. 작은 성과를 하나씩 해내고 나면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작을수록 시작은 쉬워진다.
둘째, 매일 쓰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닥치고 글쓰기> 책의 부제처럼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라고 외치고 다닌다. 하루 한 문단이라도 꾸준히 쓰면 작가의 정체성이 확실해진다. 우리 뇌는 꾸준하게 반복하는 행위를 잘 담는다. 1일 1문단 쓰기는 작은 시작이나, 강한 루틴을 만든다.
셋째, 생각이 정리된다. 매일 한 번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나만의 언어로 그 삶을 해석하는 힘이 생긴다. 이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장이 아니라 삶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넷째, 결국 종착지까지 가면 책이 된다. 하루 1문단 쓰기가 100일이면 100개의 생각이 쌓인다. 책은 한 번에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시간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너무 분량이 많다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닥치고 한 편의 글을 써보자.
하루 한 문단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데, 아직 초고 쓰기를 망설이거나 멈춘 사람이 있다면 한 문단이라도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것이 또 모이고 모여 언젠가는 당신의 초고가 완성될 근사한 날이 온다.
#책초고쓸때1일1꼭지보다1일1문단이낫다 #책 #초고 #책초고 #작가 #1일1문단 #글쓰기 #책쓰기 #황무지라이팅스쿨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자기계발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