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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도시락

by 황상열


근래 식당에서 추억의 도시락이란 메뉴가 많이 보인다. 밥과 김치볶음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소세지와 계란후라이가 첨가된다. 보통 술집에선 술을 먹기 전에 배를 채우려고 먹는다. 양철 도시락에 나온다. 먹기 전에 그것을 엄청 위 아래 옆으로 흔들어서 뚜껑을 열면 잘 섞인 상태에서 한 입 베어 먹으면 꿀맛이다.


오늘 오랜만에 점심을 편의점에서 추억의 도시락을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은 역시 양철 도시락은 아니다. 그래도 밥, 김치볶음, 소세지, 계란 후라이까지 구색은 다 갖추어져 있다. 포장을 찢어 뚜껑을 연 채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데우면 조리 끝이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숟가락으로 한 입 뜨고, 김치와 소시지가 같이 입으로 들어가면 그곳이 천국이다. 그 맛을 느끼는 것도 잠시 뿐이다. 배가 고프니 그냥 허겁지겁 빨리 먹는다. 나이가 드니 배가 불러야 뭔가 든든하다.


고등학교 시절 늘 두 개의 도시락을 어머니가 싸주셨다. 그때는 뒤돌아서면 배가 고플 시기다. 이미 오전 2교시 끝나면 한 개를 까먹는다. 점심 전에 이미 또 하나 까먹고 나면 없다. 점심시간에는 채운 배로 친구들과 농구, 축구 경기로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 전에는 매점에 가서 라면 2개를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첫째 딸에게 물어보니 요새 학교는 급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자기 식판과 숟가락만 들고 다닌다. 도시락을 가져가는 순간은 소풍이나 현장학습에 갈 때 뿐이다.


아내가 유부초밥이나 김밥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어린시절 소풍이나 극기훈련에 갈 때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이 참 맛있었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가에 가기 전에 미리 김밥 좀 준비해달라고 졸라봐야겠다. 그 시절 그때처럼.. 여러분도 오랜만에 도시락 한 번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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