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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y 24. 2019

그래도 살자 (and 존버하자...)


가족의 달 5월인데,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남의 일 같지 않기에. 

지난 어린이날 한 시골 농로에 세워둔 차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30대 부부와 이제 4살, 2살된 아이였다. 일자리를 잃고 나서 이미 있던 수천만원의 빚을 갚기가 막막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어했을까를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며칠 전에도 의정부에서 중학생 아들이 빚으로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모와 누나를 발견했다. 억대 빚에 괴로워하던 가장이 아내와 딸을 죽이고 본인도 이 세상과 작별했다. 다른 방에서 자던 아들은 아침에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라고 참담했을까?     


결혼전만 해도 이런 기사가 나오면 왜 저런 선택을 하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심정에 너무 공감하여 눈물이 난다. 나라고 저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보니 미리미리 대비하는 편이다.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책도 쓰고 강의도 해 보면서 향후 내 진로를 찾아가는 중이다. 나도 몇 천만원의 빚이 있다. 이 빚을 청산하려고 무지 노력하지만 몇 년째 이자만 내고 원금은 조금 갚고 있는 상황이다. 책을 내고 강의를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직장생활을 같이 해야 우리 가족이 겨우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이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와 같은 40대 가장들은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속에 살아간다. 철밥통이 아닌 이상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래도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녀야 하니 자존심을 버리고 존버한다. 힘들어도 무조건 버틴다. 직장 밖에 나가면 더 힘든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위 뉴스에 나온 가장들도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을까. 자는 가족들을 보면서 힘을 내야 하지만, 아내와 자식에게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그 안타까움과 비통함은 얼마나 자신을 옥죄었을까. 이 땅의 모든 30~50 가장들은 다 그런 생각하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살자. 살아야 다시 기회가 온다. 위기 앞에 절망하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나는 것은 당연하다. 빚은 산더미인데 일자리는 없고, 어떻게라도 방법을 찾아보지만 대책은 없다보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텐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지는 이 현실 속에서 그래도 어떻게든 존버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는 대한민국 가장들이여. 먹고 살기 더 힘들어지는 이 현실속에도 작은 희망 하나는 꼭 품고 행복을 찾으며 살아봅시다.     


#그래도살자 #존버하자 #존나게버티자 #그래도이승이낫다 #단상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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