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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그리고 청춘

by 황상열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봤다. 한 기사에서 눈이 멈추었다. 휴가나온 일병이 복귀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군대에 가서 휴가를 나오면 좋지만, 부대 복귀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정말 초조하고 우울해진다. 그만큼 들어가기 싫다는 이야기다.

군대에 입대한지 벌써 강산이 두 번 변했다. 1999년 5월 31일에 입대했으니 며칠만 지나면 정말 딱 20년이다. 육군 영장을 먼저 받았지만 고등학교 친구들이 공군이 타군에 비해 편하다고 한번 지원하자고 권했다. 지원 결과 덜컥 합격을 하였지만, 입대날짜가 6개월 뒤로 잡혔다, 그 바람에 친구들 중 가장 늦게 입대하게 되었다. 그때가 22살이다.


기본군사훈련과 후반기 교육을 11주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는 날 밤이다. 내일이면 그동안 정들었던 동기들과 헤어지고 진짜 군생활이 시작된다. 동기들과 있을 때는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며 지냈지만, 자대에 가면 고참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포병 특기로 6명이 한 내무실을 쓰는 소대에 배치된 날부터 고참들의 욕, 갈굼과 얼차려가 시작되었다.


특히 최oo 상병은 시간날때마다 인격적인 모독과 함께 욕을 하며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바로 위 맞고참 서oo 일병은 고참들이 안 볼 때 군화로 정강이를 걷어찼다. 일병 4호봉이 될 때까지 정말 정신적으로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점점 주눅들고 자신감이 없어졌다. 누구 하나 걸리면 같이 죽어보자는 생각도 했다. 휴가를 나오면 선임병들을 보지 않으니 정말 좋지만, 복귀하게 되면 다시 그들을 만난다는 생각이 끔찍했다. 정말 부대 면회실 앞에 복귀 전 그 심정은 군대를 갔다온 사람은 안다. 정말 들어가기 싫다는 것을. 생지옥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란 걸.


나도 군대에 있는 동안 더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군번도 꼬여서 상병 4호봉까지 막내생활을 했다. 휴가를 나가면 복귀하기 싫다는 이야기를 친구나 가족에게 수없이 했다. 집에 있을때는 부모님이 인상 좀 펴라고 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났지만 억만금을 주고 군대를 가라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오늘 뉴스에 나온 그 군인도 아무리 요새 군대가 편해졌다고 하나, 스스로가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부대 복귀가 싫었으면 자기 목숨을 버릴 수 있을지. 분명 군대내 생활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한 고참과 사이가 좋지 않다던지. 애인과 헤어졌다는 등등.


나도 상병때 그 시절 사귀던 애인에게 차이고, 고참에게 매일 시달리다 보니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다.

일생에 가장 빛나는 20대초 2년 정도를 국가를 위한 봉사도 좋지만, 그 시기에 청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청춘을 포기하고 경계근무를 서면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 후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대들 덕분에 오늘밤도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그리고 부탁 하나 드리면 부디 군시절 동안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기를. 또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과 여자친구, 친구들을 생각하며 존버하기를.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단 사실을 기억하자.


#군대그리고청춘 #군대 #휴가 #복귀싫어 #에세이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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