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어디 갔어요?
출장 갔다고 하는데 선물 사가지고 오실 거라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6살된 아이를 바라보는 내 눈에는 측은지심이 가득하다. 이미 눈물이 가득하고, 차마 그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답답하다.
며칠 전 바쁜 격무에 시달리다 과로사한 선배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전 회사 다른 팀에 근무했던 그와는 한 프로젝트를 하며 가깝게 지냈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가끔 안부차 전화통화나 문자로 연락한 게 다였다. 한번 만나서 밥을 먹자고 했지만, 바쁜 일상에 그와의 만남은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그의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과 마주했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알았다면 만나자고 할 때 바로 만나서 따뜻한 밥 한끼라도 같이 할걸.. 눈물이 멈출 수가 없었다. 활발하고 따뜻한 선배였는데, 일이 많아도 힘들다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죽기 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그냥 좀 내려놓지. 책임감도 투철했던 그였기에 마지막까지 일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을 늦게 해서 이제 우리 둘째와 동갑인 아들 하나와 형수님만 남겨두고 지구별 여행을 끝냈다. 나보다 3살 위인 이제 우리 나이로 45살. 100세 시대에 뭐가 그리 급해서 이 세상을 떠났는지. 식장에서 국밥에 소주 한잔 하는데, 잔 아래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잠깐 장례식장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 가서 장난감을 사들고 그 아들에게 주었다.
“00야, 아빠가 좀 늦는다고 아저씨에게 이 장난감 대신 전달 좀 해주래. 아빠 곧 오실거야..”
장난감을 받은 그 아이의 눈이 반짝이며 환하게 웃으며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인생이 너무 허망했다. 형수님은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나에게 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역에 내려서 한참을 펑펑 울다가 들어갔다.
“형. 이승에서 고생만 했는데..저 세상에서는 행복하길 바래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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