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봄에 나는 육군에 입대한 친구들 보다 조금 늦게 공군에 입대했다.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청주공항이 있는 청주 비행단에 자대배치를 받고 군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포병특기로 비행단 가장자리에 있는 소대에서 생활했다. 남자들은 알겠지만 군계급에따라 생활에 제약이 있었다. 이등병은 전화하고 싶어도 고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다. 그 당시 있었던 여자친구나 지인, 가족에게 전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 점심을 먹고 고참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고참은 흔쾌히 허락하고 나를 공중전화에 데려가서 3분만 통화하라고 했다. 그때는 컬렉트 콜이라 하여 수신전화, 즉 받는 사람에게 요금이 청구되도록 하는 전화방식이었다. 전화번호 앞에 컬렉트콜 고유번호를 눌러서 받는 사람이 허락하면 통화가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 방식으로 고참이 나를 데려가 3일에 한번정도 전화를 할 수 있게 했다. 그 고참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두달 뒤 휴가를 나갔을 때 어머니께서
“우리집 한달 전화요금이 100만원이 넘게 나왔어. 어떻게 된거냐?”
“네! 그리 많이 나오지 않을텐데요!”
나도 그리 많이 나올 줄 생각못했다. 그런데 나도 전화를 그리 많이 하는 사항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부대로 복귀하고 나서 어머니께서 통화내역을 조회하신 듯 했다. 다시 나에게 물어보셨는데, 미국에 해외전화로 통화한 내역이 있다고 하셨다.
“처음 듣는데요! 엄마, 제가 미국에 아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통화 발신지를 추적했더니 고참네 집으로 나오더란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나는 그때 아직 졸병인 입장이라 미처 그 고참에게 따질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고참 집에 전화해서 물어보셨나 보다.
알고 봤더니.. 내가 콜렉트 콜로 수화기를 들어 번호버튼을 누를 때 그걸 뒤에서 유심히 보고 외운 것이다. 그리고 내 콜렉트 콜로 미국에 있는 자기 여자친구에게 매일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고참은 천재였다!! 사실 서울 명문대학 출신이라고 자기 스스로 자랑하던 사람인데.. 그런데 이리 못된 짓을 하다니!!
결국 부모님은 그 고참네 집에다 전화해서 당장 전화요금을 갚지 않으면 부대에 알리겠다고 했다. 그래도 고참네 집 분들은 양반이셨다. 바로 죄송하다고 하면서 아들 교육 잘못시켰다 하면서 야단을 치겠다고 했나보다. 나도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최XX 상병!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실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런 못된 짓은 하고 계신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