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Nov 29. 2019

늘 그 자리에 있어준 고마운 그 이름, 가족


어제 저녁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자 자이언트북컨설팅 대표이신 이은대 작가의 주관으로 교보문고 목동점에서 저자특강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책을 출간한 작가라면 교보문고에서 저자강연을 하는 것이 꿈인데,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한번도 강연한 적이 없었다. 사부님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했다.      


시간 맞추어 목동점으로 가느라 헐레벌떡 뛰었다. 오랜만에 전력으로 질주한 듯 하다. 도착하니 땀은 비오듯 하고, 숨은 넘어가기 일보직전이다. 오늘 강연을 같이 하는 정경미 작가와 반가운 독서모임 멤버들 모습이 보인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강연 준비중인 사부님께 인사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내 강연회에 오신 것이다.      


본가가 목동에서 멀지 않은 광명이라 한달 전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소식을 전했다. 야근하는 여동생과 대신 조카를 돌봐야하는 어머니는 못오시고, 아버지 혼자서 오셨다고 한다. 모시고 왔어야 했는데 죄송했다. 그래도 아들이 강연하는 자리에 와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먼저 정경미 작가가 저자강연을 시작했다. <엄마도 퇴근 좀 하겠습니다>의 저자로 육아로 지친 엄마들도 밖으로 나와 휴식도 하고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매일 고군분투하는 아내에게 참 미안했다. 일도 바쁘지만, 적어도 일찍 들어오는 날은 많이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희생으로 시간을 내서 글도 쓰고 책을 보는건데, 여전히 서툰 남편이다.      


앞의 강연이 끝나고 사부님의 소개로 강연 무대 앞으로 나왔다. 시작하기 전에 앉아계신 청중들을 한번 바라보았다. 저 구석에 앉아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예전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았던 과거가 떠올라 울컥했다.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준비한 강연을 이어나갔다. 강연을 하는 내 모습을 그는 끝까지 나를 주시했다. 다행히도 강연을 마친 후 박수를 쳐주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목이 메였다. 아버지는 사부님(이은대 작가)의 두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겉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아버지 앞에서 처음 강연하는 내내 속으로 눈물이 났다. 70 평생 못난 아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셨다. 말도 듣지 않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속으로 마음고생 하셨을지 이 나이가 돼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도 또 눈물이 난다. 저자 강연회를 모두 마치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피해가 될까봐 집에 가신다고 혼자 또 저멀리 빠른 걸음으로 나가셨다. 오랜만에 뵈었는데, 같이 식사도 못한 불효자가 되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산에 갔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어제 강연회 못가서 미안하다고 먼저 말한다. 그 한마디에 또 울컥한다. 며칠 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어머니께 짜증을 좀 낸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나 보다.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하지만 내 속은 또 타 들어간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니 지난 과거에 너무 잘 못해드린 것이 죄송할 뿐이다.      


내친 김에 하나뿐인 여동생과 오랜만에 통화했다.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는 그녀도 아이를 키우면서 고충이 많은 워킹맘이다. 워낙 긍정적이고 활달한 동생이라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역시 어제 늦게 끝나서 오빠 강연 못갔다고 미안하다며 웃는 그녀의 한마디에 같이 웃었다.      


어릴 때  부모님, 여동생과 같이 한 집에 살던 시절은 잘 몰랐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집을 떠나서야 알았다.  늘 곁에 있고 익숙하다 보니 그 소중함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늘 그 자리에서 있어주고 기다려 준 사람들이란 것을. 바로 가족이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는 것을. 부모님이 계셨기에 내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잘 키워주셔서 이렇게나마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 곁에는 아내와 세 아이가 함께 하고 있다. 아직은 서툰 남편과 아빠로 그들의 울타리가 잘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나와 동생에게 지금까지 베푼 사랑만큼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내 자리에서 그들을 지키고 챙길 생각이다. 물론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과 7년간 모셨던 장인어른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가수 이승환의 <가족> 가사처럼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매제와 아내, 세 아이들, 장인어른까지.. 철없는 아들, 사위, 오빠, 아빠, 형님으로 속을 많이 썩혔네요. 지금까지 저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영원히 우리 가족 이젠 함께 행복하길 바랍니다. 


#늘그자리에있어준고마운그이름가족 #가족 #아버지 #어머니 #동생 #아내 #아이들 #인생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모범생입니까? 모험생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