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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07. 2019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연애와 부부생활의 단상 


남자와 여자가 호감을 갖고 만나 연애를 한다. 좋은 결실을 맺으면 결혼하고, 반대의 경우는 이별을 맞게 된다. 결혼 이후에도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싸우는 일이 많다. 물론 서로 잘 배려하고 맞추어 잘 사는 부부도 있다. 신혼부터 참 사소한 일로 많이 싸웠다. 30년 전후로 따로 살았던 두 남녀가 만나 24시간 365일 같이 살게 되니 처음부터 맞을 수가 없다.      


결혼하고 10년이 넘은 지금은 어떤 타이밍에 서로를 건드리면 안되는지 알고 있다. 조금 언성이 높아지려고 하는 타이밍이 보이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며칠 전 다시 다투는 일이 생겼다.    

  

“괜찮아? 일은 잘 해결됐어? 그 여자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으니 다행인거 같아.”

“아니. 그렇게 이야기 하지말고!  ‘그냥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라고만 말해주면 안돼? 그 여자와 합의가 안됐으면 또 돈 들까봐 물어보는거야? 그 놈의 돈돈돈 지겹지도 않냐? 사고가 나서 나를 걱정해주면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다 잘될거야.’라고 만 해주면 좋겠어!”

“아니! 나도 당신 걱정되니까 물어보는 거지. 내가 매일 돈 때문에 그렇게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난 그렇게 밖에 안 들려. 돈이 없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한데 당신이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나에게 그렇게밖에 들리지 않아! 설령 당신이 나를 걱정해주었다고 해도 그렇게 물어보는 질문에 내가 당신 마음을 어떻게 알아?!!”

“아, 정말 내 표현이 또 문제냐. 정말 답답하다!”     


더 말을 하다간 또 예전 일까지 끄집어내서 말하는 아내와 큰 전쟁을 치룰까봐 침묵했다. 아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방으로 갔다. 잠깐 시간이 흐르고 나서 화해했지만, 마음이 진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오랜만에 책꽂이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꺼내어 읽었다.      

“그녀는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받음으로써 위안을 얻고자 한다. 가슴에 묻어놓은 이야기들을 많이 털어놓을수록 그녀는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이것이 바로 여자들의 행동양식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내가 아내에게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의 이야기에 공감을 했으면 그만인 것을. 그 상황에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이 여자의 마음인 것을.       


“대체로 여자들은 남자에게 원하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그를 도와주려고 할 때, 자신의 말이 그에게 얼마나 비판적이고 불쾌하게 들릴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한다. 설령 그것이 사랑에서 우러난 제안일지라도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상처를 줄 수 있다.”


 아내도 나에게 실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설령 내 표현이 좀 서툴렀더라도 너무 직설적으로 하는 조언에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남자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나도 여자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아내도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연애나 결혼생활이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서로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이라도 서로 싸울 일이 생긴디면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화성에서온남자금성에서온여자 #남자 #여자 #부부 #인생 #단상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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