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세이] 나도 언젠가는 자유롭게 날고싶어

by 황상열

2020년 새해 첫날이 밝았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한 살 더 먹었을 뿐 그냥 공휴일 느낌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른 쉬는 날처럼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아이들을 챙긴다. 오후에는 심심해하는 둘째 아들을 데리고 동네마트에 갔다. 집에서 계속 텔레비전만 보려고만 해서 오랜 설득 끝에 산책을 가게 되었다. 마트 안에 있는 00리아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주기로 했다. 신난 아이는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는다. 현관 앞에 있는 퀵보드를 끌고 가면서 싱글벙글이다. 나도 편한 차림으로 가방 하나 메고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자마자 입김이 절로 나온다. 어제보다 기온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쌀쌀하다. 아이도 패딩과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퀵보드를 타고 저만치 앞서간다. 찬공기를 맞으며 아이를 쫓아서 뛰어본다. 한참을 타다가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휴일이라 역시 물건을 사거나 구경나온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 운전 게임을 하고 싶다는 아이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게임을 하러 가기 위해서는 애완동물 가게를 지나야 한다.


서둘러 가는 아이를 따라가다가 어느 한 새장에 시선이 멈춘다. 내 눈이 한 마리의 새와 마주친다. 그 새의 표정이 애처롭게 보인다. 여기서 나를 빨리 꺼내달라고 소리치는 듯 했다. 일단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를 쫓아갔다. 아이가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다시 나는 그 새장으로 다가갔다. 좁은 새장 안에서 3~4번을 왔다갔다 하다가 앉는다. 다시 한번 날개짓을 하지만 천장에 부딪힌다. 구석에 있는 모이를 잠깐 먹는다. 다시 그 새장을 한참 쳐다봤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던 새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 다시 한번 자기를 구해달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저 좀 구해 주세요!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날고 싶어요!’


게임을 끝낸 아이가 부르지 않았다면 계속 멍하게 그 새를 바라봤을지 모른다. 아이가 부르는 목소리에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다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자꾸 새장에 갇힌 그 새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이 아프다 못해 아려온다. 왜 자꾸 눈에 밟히는지. 오늘도 그 새는 매장 안에서 누군가 자기를 데리고 갈때까지 새장 안에서 계속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겠지. 어쩌면 우리도 세상이라는 새장에 갇혀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


“새장에 갇힌 새야. 그 안에서 훨훨 날지 못해도 날갯짓을 연습하길 바라. 언젠가 그 새장이 열리는 날 이 세상 모두가 너의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보는 날이 꼭 올 테니.”


새장 밖으로 나가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은 그 새처럼 나도 세상 밖을 향해 나가기 위해 오늘도 나만의 날갯짓을 연습해본다.


#나도언젠가는자유롭게날고싶어 #자유롭게 #새장에갇힌새 #작가 #글 #에세이 #단상 #황상열

20170505_154249.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금 여기서 행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