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씻기 싫어. 싫다고. 왜 씻어야 하냐고. 나 엉덩이만 씻고 팬티만 갈아입을 거야!”
또 시작이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엉덩이를 제대로 닦지 않고 나온 모양이다. 팬티에 똥이 조금 묻었다고 난리다. 결벽증까진 아니지만 깨끗함을 추구하는 이제 7살 둘째 아들이다. 매일 밤 화장실에 씻기 들어가기 전에 씻기 싫은 아들과 씻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나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왕 엉덩이도 씻는 김에 손과 얼굴, 발도 같이 씻고 이빨도 닦고 나오면 좋잖아. 어차피 씻을 꺼 한번에 씻자.”
“싫다고! 한번 더 놀고 씻을 거라고! 아빠는 왜 나한테만 그래!”
“지금 시계를 봐. 밤 10시가 이미 넘었어. 이제 자야되니 늦기 전에 빨리 씻어야지.”
“아니야!! 엉덩이만 씻을거야!”
“맞고 씻을래? 아님 그냥 옷 입은 채로 들어가서 씻을래?”
계속되는 떼쓰기에 결국 나는 폭발했다. 겁을 먹은 아들의 표정이 보인다.
‘아..또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네.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자고 했는데..’
또 후회하는 내 모습을 본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패턴이다. 결국 다시 달래러 그 앞에 선다.
“폭포 놀이 하자. 머리에서 발끌까지 떨어지는 폭포 놀이 알지?”
여기서 말하는 폭포놀이란 샤워기를 틀어 아들의 머리 위로 올려 놓으면 물이 쭈욱 떨어지는 놀이를 말한다. 씻기 싫어하는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내가 만들어 낸 하나의 방법이다.
“폭포놀이 재미없어. 안 씻는다고!”
“더 강력한 폭포놀이 하자.”
“그게 뭔데?”
아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더 강력한 폭포놀이는 아예 샤워기를 고정하고 아이의 머리 위로 가장 세게 물을 틀어 떨어뜨리는 놀이다. 궁금해하는 아들의 표정이 조금 바뀌고 있다.
“어여 옷 벗고 들어가자. 들어가면 알 수 있어! 더 강력해진 폭포놀이!”
“아빠. 재미있겠다.”
옷을 벗고 들어간다. 샤워기 앞에 세워놓고 물을 틀었다. 촤아아~~
“아! 차가워. 아빠 차갑잖아!!!”
“아..미안하다. 아빠가 온도를 미리 안 맞추었다.”
“아빠! 차갑잖아!!!”
2차 전쟁이 시작되었다. 다시 아들을 뒤에 세우고 샤워기 물의 온도를 맞추기 시작한다.
찬물과 뜨거운 물의 딱 중간 지점에 맞게.
“이제 미지근 한 물이야. 다시 폭포놀이로 갑니다!”
“아! 뜨겁잖아! 아빠”
만져보니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왔다. 아들은 다시 씻기 싫다고 땡깡이다.
물의 온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식은 땀이 흐른다.
“이제 됐지?” 일단 내 손에 물의 온도를 확인하니 이번에는 정말 미지근했다.
촤아아~~ 아들의 머리 위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와!! 정말 폭포가 세졌어!” 신나하는 아들을 빨리 붙잡고 머리부터 발끌까지 비누칠을 하고 바로 샤워기에 세운다. 불과 2분이 체 안 걸렸다. 3분을 더 폭포놀이를 시켜주고 나서야 아들은 룰루랄라 나왔다. 뒤에 나오는 나는 힘이 하나도 없다.
수건으로 그를 닦아주고 새 옷을 갈아입혀 주려고 하는데,
“아빠! 그 옷이 아니잖아. 내가 고르러 갈거야!” 아..진짜! 입에서 또 욕할 뻔 했다.
“너 혼자 입어!”
소파에 앉았다. 왜 아내를 포함한 엄마들이 육아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한지 알겠다.
옷을 입고 놀아달라는 아들을 잠시 외면한 나는 아직도 서툰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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