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이제 18개월된 막내가 잘 놀다가 잠이 오는지 계속 칭얼댔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재우려고 안았다. 오늘따라 금방 잠이 들지 않았다. 잠투정이 심해지는지 우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아앙!! 30분 정도 안고 있으니 팔이 너무 아팠다. 아내에게 아이를 넘겨주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깨보니 새벽이었다. 3~4시간 잠을 잔 거 같은데, 그 사이에 신기한 꿈을 꾸었다.
내 앞으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 그 플래시 불빛이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앞을 쳐다보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계속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내 뺨을 꼬집어 보니 아프다.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맞다. 오늘 새로운 책 출간 기념회가 있었지.’
내가 봐도 멋지게 차려입고 한가운데 앉아 있다. 출판사 대표가 어서 한마디 하라고 마이크를 건넨다. 얼떨결에 받아 인사를 하고, 나와 신간소개를 한다. 엄청난 환호가 나온다. 다시 자리에 앉으니 사인회가 시작된다. 1,000명 정도 사인을 하고 나니 손이 떨리고 팔이 저려온다. 잠시 쉬었다가 재개하자는 주최측의 권유로 한숨 돌리게 되었다.
물을 마시고 오는데, 한 독자가 몰래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흔쾌히 허락하고 웃는 얼굴로 같이 사진 찍는다. “와 사진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나올때마다 잘 보고 있어요!”라고 웃고 떠나는 그 독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 감사했다.
다시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마무리가 될 쯤이었다. 사인회가 진행되는 동안 뒤에서 후드티를 입고 있던 사람이 계속 눈에 띄었다. 그가 마지막에 사인을 받으려 대기중이었다. 좀 무서워서 그가 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생각했다. 그의 차례가 되었다. 책을 펼칠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갑자기 후드티를 벗은 그, 아니 그녀가 소리친다.
“이런 허접한 글을 언제까지 써서 책을 낼 예정이야? 독자를 언제까지 우롱할 예정이야?”
“읽어주셔서 일단 감사합니다. 제 글이 님께는 안 맞을 수 있으니 고정하세요.”
“아니 다 안 맞아! 더 이상 글쓰면 알아서 해.”
횡설수설 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대응할 수 없었다. 식은 땀이 흘렀다. 갑자기 그녀가 소리치더니 내 앞으로 돌진했다. 아아아악!!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떴는데 깜깜하다. 아! 꿈이구나. 너무 생생해서 현실과 꿈이 헷갈렷다. 아직 스타작가는 아니니 꿈은 맞다. 잠시 스타작가로 살아봐서 행복했다. 살아있는 한 계속 글을 쓰다보면 언젠가는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다시 졸려 잠을 청했다. 길몽일까? 개꿈일까?
#개꿈일까길몽일까 #꿈 #길몽 #개꿈 #글쓰기 #글마시는남자 #작가 #글 #에세이 #단상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