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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는 서로 좋은 말만 씁시다

by 황상열


1년에 한번 돌아오는 설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명절이 되면 오랜만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성인이 되면 각자 생활이 바쁘다 보니 부모님이나 형제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평생을 같이 살던 나도 결혼하고 따로 살게 되고 나서부터 1년에 10번 정도 밖에 보지 못한다.


연휴 전날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서둘러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에 왔다. 연말에 뵙고 한달만에 왔다. 역시 집에 오니 마음이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여동생 내외,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고 즐겁다. 아마도 2·30대 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후회와 아쉬움을 이제야 만끽하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에는 아버지가 어릴 적 살던 시골 큰집으로 명절을 쇠러 내려갔다. 갈 때마다 늘 대문 앞에서 맞아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난다. 일찍부터 도시로 유학을 떠난 아버지 걱정을 제일 많이 하신 두분으로 기억한다. 형제 중에 셋째인 아버지 위로 두 분의 형님이 계셨다. 나에게는 큰아버지다. 그 분들의 자식, 즉 나에게는 사촌 형, 누나들도 같이 다 만나는 자리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저녁식사 자리는 늘 즐겁게 시작한다.


술 한잔 씩 들어가면 그 동안 서운했던 것들이 폭발하나 보다. 특히 돈이나 재산 문제, 정치나 종교 이야기가 시작되면 서로 욕하기 바빴다. 부끄럽지만 우리 친척들은 명절 때마다 항상 큰 소리로 싸우다가 서로 마음의 상처만 남은 채 서울로 올라왔다. 특히 큰 아버지의 첫째 아들 제일 큰 사촌형님은 뭐가 그리 잘났는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큰 소리를 많이 쳤다. 거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나중에 속상한 부모님의 모습을 볼때마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 사춘기 시절에는 그런 친척들의 모습이 싫어 몇 년간 명절에 내려가지 않고 혼자 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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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명절이 끝난 다음날 기사는 늘 레파토리가 똑같다. 시댁에서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 폭발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다 이혼한 기사,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 언제 결혼할거냐 물어보는 눈치없는 어른들의 한마디에 가기 싫다는 미혼들의 이야기, 좋지 못한 경제 사정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가는 마당에 언제 취업할거냐 물어보는 친척들의 질문에 상처받는 청년들의 한숨...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덕담하고 좋은 말만 해주어도 모자란 시간이다. 위의 나열한 기사처럼 고민은 본인이 더 잘 안다. 예전처럼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충족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꼭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가족이나 친척이 되지 말자.


“잘 지냈지? 얼굴이 좋아보이는구나!”

“올해는 더 좋은 일이 많을거야!”

“힘든 일이 있더라도 다 잘 될거야. 같이 응원할게.”


명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질문하지 말고, 좋은 말로 힘을 주자.


어차피 해결해주지 못할 거면 물어보지도 따지지도 말자. 올해 설날은 사랑과 웃음만 넘치길 기원해본다. 나부터 좋은 말 한마디를 써야겠다. 모두 새해 복 많으시고, 좋은 말로 행복한 연휴를 보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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