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슬픈 밥상

by 황상열

5년전 겨울 몇 번의 실수와 임금체불등이 겹친 상황에서 사장님과 같이 출장을 갔다가 나의 결정적인 실수로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보니 참 막막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직장이 있을지 불안함에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웃으면서 회사에서 나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괜찮다라고 위로해주는 아내에게 참 미안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혼자서 많이 울기도 했다는 아내의 말에 너무나 괴로웠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아내가 점심에 먹으라고 도시락을 싸주었다. 그 시기에는 정말 입맛도 없어서 식사때마다 밥을 거의 남기곤 했다.

점심시간에 다른 직원들은 식사하러 밖으로 나가고, 나 혼자 회의실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뚜겅을 열고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숟가락 아래로 자꾸 뭔가가 흘렀다. 도시락 안으로 자꾸 흘러내렸다. 밥 한 숟가락에 눈에서 한방울씩 눈물이 떨어졌다. 먹을때마다 자꾸 눈물이 많아진다. 남자가 되어 왜 이리 눈물이 많은지...

밥을 반쯤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펑펑 울었다. 왜 이렇게 된건지.. 내 자신이 너무 못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후 그만두고 나서 방황하던 시기에도 밥을 먹었지만 이날 먹은 점심은 내 인생의 가장 슬픈 밥상이었다. 앞으로 다시 이런 밥상은 먹지 않으리라. 이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언가 잘못되더라도 밥상 앞에서는 울지 말자고 다짐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상 앞에서라도 맛있게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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