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원래 지난주 목요일에 진행하려다 포항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해 일주일이 연기되었다. 이 날 가장 신경쓰이는 분들은 아마도 시험을 치르는 고3 수험생과 그 학부모일 것이다. 하루 치르는 시험의 결과로 대학이 결정되는 잔인한 시험이다. 부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그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97학번인 나는 수능 초기 세대이다. 1994년 학력고사에서 제도가 바뀌고, 또 총점이 200점 만점에서 400점으로 되고 나서 처음 치룬 시험이었다. 그 해 수학능력시험이 내가 기억하기로 지금까지 본 시험 난이도 중 제일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400만점에 165점 이상이 4년제 대학에 지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지막 모의고사 결과가 좋아 내심 지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고 진짜 시험에 임했다. 4교시 내내 어렵다고 체감한 나는 다음날 가채점 하고 나서 좌절했다. 2교시 수학시험은 답안지를 밀려쓴 느낌이었다. 일단 진짜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5시 30분이 되자 종이 울리면서 모든 시험이 끝났다.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둑어둑해지고, 시험을 끝낸 친구들의 얼굴은 각양각색이다. 이제 다 끝나서 후련하다는 친구, 시험을 생각보다 잘 봐서 싱글벙글인 친구, 반대로 시험을 망쳐서 울상인 친구... 나도 일단 끝났다는 후련함이 제일 컸다. 사실 또 그날을 기다린 이유가 있다. 그 당시 좋아하던 김정민 3집이 발매되던 날이다. 그 전 앨범 타이틀곡인 <슬픈 언약식>의 대히트로 인기가수 반열에 오른뒤 나오는 첫 앨범이라 기대가 컸다. 바로 음반가게에 가서 테이프를 사서 들으며 입시 스트레스를 풀었다. <무한지애>, <애인>은 지금 들어도 참 좋다. 그 날 이후로 친구들과 당구치고 노래방 다니면서 성적이 나오기 전까지 원없이 놀았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을 망쳤다는 소수의 학생들은 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는 오늘 시험보는 고3 친구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물론 그때 학생 신분이다 보니 성적이 나쁘면 세상을 다 산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이가 되어보니 그때 느꼈던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다. 하루의 시험을 망쳤다고 자기 인생을 버리는 어리석은 친구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가 어떻든 원없이 오늘은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는 그런 자유로운 날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