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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4. 2020

Latte is horse


군대 입대 후 1년이 지나고 상병 진급 후 처음으로 후임병을 만났다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4년차쯤 되니 후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처음 만나자마자 통성명 후 처음으로 하는 말.


“Latte is horse. 자대오자마자 짐도 못 풀고 청소했어무슨 말인지 알겠지?”

“Latte is horse. 입사하자마자 복사와 휴지통 비우기부터 시작했어처음부터 대단한 일 할 줄 알았어?”


여기서 앞에 영어로 써 있는 말이 뭔지 알아보자눈치가 빠른 사람은 벌써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을 것이고모르는 사람은 아마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것이다우리 말로 라떼 이즈 호오스라고 읽을 수 있다. “라떼가 말이다.” 라고 번역해도 당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후배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이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때는 말이야.”


본인의 오래된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짓을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첫마디다은연중에 나도 꼰대짓을 하고 있었나보다오랫동안 익숙하게 해오던 나의 습관과 행동방식을 그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입대하자마자 짐도 못 풀고 내무반 청소부터 하던 나의 억울함을 반영되어 후임병에게 똑같이 시키고 있다입사하자마자 하루종일 복사만 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했던 과거가 떠올라 신입사원에게 나처럼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지금도 가끔 후배들에게 꼰대짓을 하는 나를 본다신입시절 그렇게 나에게 잔소리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강요했던 선배들을 꼰대라고 욕했다시간이 지나 내가 그 위치에 올라갔지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나도 그랬으니 너희도 당해보라는 보상심리가 가장 크다당하면 똑같이 되돌려주어야 하는 심리 때문에 꼰대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여러 책과 정보 취합 결과일단 후배들에게 직설적인 조언이나 충고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안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데대놓고 이야기하면 영원히 관계가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그들의 취향이나 취미를 파악하여 먼저 다가가 답을 구해보자수직적으로 찍어 내리는 게 아니라 수평적인 상태에서 합리적인 의견을 물어보면 후배들도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그들의 경험과 직관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자기가 조금 경험이나 답을 안다고 해서 으스대지 말자먼저 경험해서 그 방면의 지식을 조금 더 알뿐이다오히려 변해가는 시대에 후배들이 더 잘하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내가 모르는 부분은 잘하는 후배에게 정중히 부탁하면 그만이다그렇게 후배들에게도 배울 수 있으면 자꾸 물어보고 익혀야 한다.


왕년에 잘 나갔다고 앞으로 잘 안될 수 있다여전히 잘나갔던 과거에 사로잡혀 후배들에게 ““Latte is horse.~”라고 시작하면 대접받지 못한다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잘 이행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꼰대는 사라질 수 있다일단 나부터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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