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파티와 미팅의 추억

by 황상열

2007년 여름 여러 번 소개팅에 실패해도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계속 기회를 만들고 있을 때였다. 더 이상 소개팅을 해달라고 부탁할 지인도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멈출 수 없었다. 우연히 그때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다수의 남녀가 미팅 형식으로 하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고 알게 되었다. 한번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넥X팅“이란 모임이 있었다. 남자 10명, 여자 10명 또는 남자 15명, 여자 15명을 모아 매일 저녁 식당이나 술집을 빌려서 회비를 걷어 초대하는 형식이다.


‘그래! 이거다!’


하고 바로 검색했더니 그날 밤에 와인 파티가 있었다. 알고 보니 와인 파티는 일반 모임보다 가격이 두배였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엔 와인지식은 전무했다. 그냥 짧은 지식으로 일반 모임보다는 와인 파티에 가면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판단했다. 혼자 가기 뻘쭘하여 근처 회사에 근무하던 친구를 설득하여 같이 가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다음날 쉬니까 부담도 없었다.


모임 장소는 역삼동 어느 술집이었다. 시작 10분전에 도착하니 이미 세팅된 테이블에 인원 반 정도가 앉아있었다. 모임 진행자의 안내로 우리 이름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역시 다 처음 보는 사람이 많다. 남자들끼리 처음 보면 어색한데 여자분들까지 있으니 완전 뻘쭘했다. 다른 사람들도 물만 벌컥벌컥 마시며 탐색전을 펼치는 것 같았다.


테이블 별로 와인과 과일이 세팅되어 있었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먹지 못했다. 그 당시 내 지식으론 와인은 소주, 맥주와는 다른 차원의 고급 술로 알고 있었다. 잔도 틀리고 병 앞에 외국어로 써 있는 와인 이름이 대단해 보였다. 남자 2명, 여자 2명이 한 테이블로 구성이 되었다. 사람들이 거의 오고 시간이 되자 파티가 시작되었다. 와인 파티와는 안 어울리게 테이블 별로 팀을 만들어 빙고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어색함을 풀어주고 친해지게 하는 게임이라고 진행자가 설명했다. 확실히 빙고 게임을 하다보니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인사도 하고 조금은 편안해졌다. 빙고가 진행되면서 와인도 한 잔씩 따라주고 마시기 시작했다.


이후 여자분들은 앉아있고 남자가 테이블로 이동하면서 5분씩 1:1 대화를 한다. 사실 돌아가면서 5분씩 대화하는 건 호구조사 밖에 안된다. 나이와 직업, 취미 정도만 물어볼 정도다. 그 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 마지막 커플 선정시에 뽑을 여자를 미리 생각하라고 진행자가 멘트를 한다. 그렇게 나도 돌아가면서 거기에 오신 여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사람을 선택하면 되겠다라는 느낌이 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때 나이로 4살이 어린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뒷좌석에서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

“아아악!!”

다들 돌아보니 거기에 참석했던 한 남자가 와인을 마시고 완전히 취해서 이야기하던 여자에게 스킨쉽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분은 진행자에게 한 대 맞고 질질 끌려나갔다. 와인을 먹고도 저렇게 취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도 레드 와인 한병을 먹고 난 뒤라 알딸딸한 상태였다. 마지막 커플 선정 차례가 왔다.

이야기했던 여자분들 중에 마음에 드는 두사람을 종이에 적어 진행자에게 제출한다. 참석자들이 다 제출하면 진행자가 남자 1명, 여자 1명 쪽지를 공개하고 거기서 같은 번호가 나오면 커플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그 날 두 커플이 탄생했다. 나도 포함이 되었다. 남자 15명, 여자 15명이 왔던 날인데.. 운이 좋았다. 그 초등학교 선생님도 나를 1순위에 적었다.


그 선생님과 어떻게 되었을까? 딱 2번 만나고 조용히 연락이 끊겼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갔던 강연회에서 와인 기본지식에 대한 강연을 듣다가 우연히 이 추억이 생각났다. 와인모임을 하는 곳은 많지만, 아직도 온라인 미팅에 와인파티가 열리는지 궁금하다.


와인파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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