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히터

by 황상열

아내와 처음 만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토요일에 당일치기로 강릉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 당시 처음 샀던 차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차는 구형 아반떼로 연식은 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잘 나가는 편이었다. 그 당시는 차에 대해 잘 몰랐고, 그냥 운전과 엔진오일 가는 정도의 지식 밖에 없었다. 여동생과 셋이서 차를 끌고 강릉 주문진으로 출발했다. 날씨도 영하권으로 상당히 추웠다. 차 안에서 히터를 켜놓고 가는데 따뜻한 바람이 조금씩이라도 나오고, 가는 내내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릉 주문진에 도착하여 항구도 둘러보고, 회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더 늦기전에 서울을 올라가기 위해 5시쯤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겨울이라 조금 예열을 하고 차를 출발했다. 조금씩 어두워지고 차 앞 유리가 김서림이 심해졌다. 앞유리 김서림 방지를 위해 히터를 다시 켰다. 그런데!! 따뜻한 바람이 안 나온다. 에어컨처럼 찬 바람만 나오기 시작했다. 차가 오래되서 조금 시간이 걸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경기도로 진입할때까지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아내와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때니 당연히 잘 보여야 하는데... 이거 운전하다 옆을 보니 여동생과 아내가 덜덜 떨고 있었다. 나도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려워 죽을 판인데.. 이거 오늘 부로 이별을 당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가득이나 앞유리 김서림이 심해져서 시야 확보도 안되고, 결국 휴게소에 내려 뜨거운 물을 부어 조금 닦고 다시 출발했다. 휴게소에 간 김에 히터가 안되는지 물어봤더니 히터가 아예 작동이 안되고 원인은 온도 조절이 안되는 서머스타트가 고장이라고 했다. 거기서 수리가 되지 않아서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가득이나 추운데 김서림 방지도 그렇고, 백미러로 안 보여서 유리를 조금 열고 가야 상황까지 발생했다. 셋 다 벌벌 떨면서 그렇게 1시간을 달렸다. 나와 사는 동네와 반대편이었던 아내를 집 앞에 내려주는데 잘 들어가라는 말보다 미안하다 말이 먼저 나왔다. 집에 오면서 여동생은 어떻게 차 점검도 안하고 갈 생각을 했냐며 타박이다.


며칠 뒤 바로 히터부터 수리하러 갔다. 아내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정말 추웠다고 한다. 그래도 이별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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