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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19. 2020

딸의 우울증을 쳐다보는 엄마의 일기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김설

   

이 책을 쓴 저자와는 오래된 블로그 이웃으로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부족한 나의 글에 응원을 해주신 분이다. 가끔 저자의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에세이가 이런 것이구나 라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런 저자의 책이 조용히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저자는 20대 딸을 둔 50대 여성이다. 딸이 우울증 진단 후 치료를 받고 그녀의 생활을 관찰하고 느꼈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딸을 출산하고 산후 우울증, 갑상선 질병 등으로 20년이 넘게 투병을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투병으로 인해 자신의 성격이 날카롭게 변했고, 그것이 딸에게 전염되어 우울증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자책한다. 가장 향기로운 나이에 우울증으로 청춘을 잃어가는 딸을 바라보며 엄마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은 터진다. 아이는 눈물이 터지고 나는 속이 터진다. 급기야 나도 오늘은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다. 딸은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치달을 때는 두려움 때문인지 아무 말이나 막 한다. 그렇게 걸러지지 않은 말을 들을 때면 내 마음도 무섭게 요동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귀 기울여줘야 한다. 조언을 바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더라도 철저히 들어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몇 년전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혼자 있을 때마다 눈물이 흘렀다.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죽고만 싶었다.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없이 가라앉다가 갑자기 소리칠 때도 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가족에게 짜증만 냈다. 필터없이 감정 그대로 아무 말을 막 던진다. 그래도 묵묵히 들어주는 친구와 가족에게 참 미안하고 감사했다.     


“세팅기를 꺼내 머리를 손질하고 아이라인에 마스카라까지 그야말로 풀 메이크업이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나서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어서 내심 기쁜 마음이 든다. 아이가 팽개쳤던 여성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쁜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전환이 필요하다. 기분 전환이든 분위기 전환이든 그게 무엇이든 바뀔 수 있다면 이런 식의 외출은 필수다.”    


우울증에 걸리면 집안에만 있으면 더 우울해진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자신만의 기분전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나도 등산하고, 거리를 계속 걸어다니며 기분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독한 우울증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아마 저자의 딸도 진하게 화장하고 잃었던 여성상을 찾아 기분전환을 통해 자신의 우울증에서 조금이나마 도망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딸에게 잃었던 점수를 회복하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심정으로 숨겨놓았던 마음을 있는 힘껏 풀어놓는다.”    


저자는 자신의 잘못으로 딸이 우울증에 걸린 거 같아 자책한다. 딸에게 그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며 평범한 일상을 함께 누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공감했다.     


“아이는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고 우울과 동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절망과 손을 잡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울은 가까이 있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소소한 걱정을 안고 살아갑니다.”   

 

딸은 아직 약을 먹으며 우울증과 함께 하지만, 저자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 많이 좋아지고 있는 듯 하다. 우울증에서 금방 회복되지 않겠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누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밝은 딸로 돌아오지 않을까?    

엄마의 시점에서 딸을 바라보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본 듯 하다. 우울증에 아주 처절하게 걸려본 경험도 있어 딸과 저자의 심정에 많이 공감하고 이해가 되었다. 저자의 딸에게 더 이상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지고 싶다. 담담하게 풀어낸 저자만의 깔끔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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