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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04. 2020

악마를 보았다


 며칠 동안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까지 겹쳐 기분이 별로였다.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며칠동안 독서와 글쓰기도 멈추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쉬면서 인터넷이나 신문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한 기사에서 울화통이 또 터졌다. 감독과 팀 닥터 및 같은 팀 선배의 오랜 가혹행위와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대 초반의 여자 국가대표 선수 이야기다.      


그녀가 그동안 당하는 순간 녹취했던 음성을 들어보면 진짜 화가 났다. 그녀의 지인들의 증언과 운동일지에 따르면 감독에게 슬리퍼로 뺨을 맞는 등 수시로 폭행을 당했고,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며칠간 굶겼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치가 떨렸는데. 단합하는 회식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가 빵 20만원어치를 사서 강제로 먹였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어린 선수가 그 빵을 먹고 토하기를 새벽1시까지 했다니. 너무나 불쌍했다.      

예전 군대 시절 비슷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해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 일병 시절 이제 병장 진급을 앞둔 한 선임병은 밤마다 나를 내무반 뒤로 끌고 갔다. 그 날 내가 하던 업무와 청소 상태 등을 살펴보고 본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한 대씩 때리거나 얼차려를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선임병 마음에 어떻게 하면 들 수 있을까 물어보고 혼자 고민하며 방법을 찾았다. 조금씩 익숙해지자 선임병도 괜찮다고 했는데, 이제는 다른 트집을 잡아 때리기 시작했다. 원래 군대에서 구타나 폭행이 허용된다고 생각하여 하염없이 그가 때리는 대로 맞았다.      


머리에서 피가 나기도 했고, 온 몸이 멍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맞으면 내 자신이 정말 초라해진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진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내무반에서 나만 계속 맞다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극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개기지도 못했다. 마음 속으로 선임병의 얼굴을 한 방 갈기고 영창을 갈까도 생각했지만, 밖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마 감독과 팀 닥터 등 인간 같지 않는 악마에게 끊임없이 괴롭혔던 그녀의 심정도 나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아니 무슨 권리로 당신들이 그 선수를 괴롭히고 폭행했을까? 착하고 마음이 여리니까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해도 가만히 참고 아무것도 안할 것 같아 만만해서?     

 

상병 4호봉 때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그 선임병도 비슷한 시기에 제대를 앞두고 있었더. 전출과 제대 축하를 위한 조촐한 회식 자리에서 그에게 처음으로 물었다.      


“제가 그렇게 싫으셨어요?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때리고 갈구었는지 궁금해요.”

“... 어. 그냥 니가 마음에 안 들었어. 너 자체라는 사람이 그냥 싫어서.”

“야! 니가 인간이냐? 그런 이유로 사람을 때리냐? 당하는 사람 심정은 생각 안하냐고?”


주먹을 쥐고 그 사람의 얼굴을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어린 선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지만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이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진 그 허무함과 상실감이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정말 가해자들은 악마다. 아니 그 이상의 악마를 보았다.      


비단 체육계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런 악마들은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느낀다. 그 자체가 싸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무엇이라 말인가?      

자 그 악마들에게 고한다. 제발 그만 괴롭혀라. 니들은 즐겁지만, 당하는 사람은 진짜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라. 그리고 당하는 피해자도 가만히 있지 말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내길 바란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서로 사랑하고 도우면서 즐겁게 살아도 짧은 시간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삼가 고인을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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