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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l 05. 2020

마흔셋의 7월 여전히 흔들린다.

  

3인 3색 저자 강연회를 잘 마치면서 상반기를 좋게 마무리 한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다. 6개월 내내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계획대로 움직이며 쉼 없이 달려왔다. 강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오자마자 약을 먹고 잤다. 조금 회복되었지만 일주일 내내 컨디션 난조로 고생했다.      


세상에 안 바쁘게 사는 사람은 없지만, 생각보다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 회사 업무, 틈틈이 하는 독서(서평단 활동 포함 및 서평단 모집)와 글쓰기(새로운 원고 기획 등), 신간 홍보 및 출간 강연회(2~3차례), 소규모 세미나(온라인 강의) 진행 및 자료 작성 등이 그 일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또 일정을 잊어버릴까봐 모조리 다이어리에 미리 적었다. 목록을 보고 우선순위를 따져 하루 일주일 단위로 해야 할 일을 한 발 앞서 처리했다. 다행히도 갑자기 일정이 생겨도 펑크날 일은 없었다. 주중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사에서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시간을 쪼개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신간 <지금 힘든 당신! 책을 만나자>도 1년 넘게 준비하면서 원고를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이전에 냈던 책들 보단 조금 더 차별화시키 조금은 다른 반응을 얻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출간 후 그래도 전작보다 많은 반응이 있어 감사하다. 몇 차례의 강연회, 소규모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작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솔직하게 책이 나오고 한 달 반이 지나간 지금 역시 예전처럼 시들어 버리자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5년 동안 몇 번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도 다음에는 좀 더 잘 되고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다.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잘 나가는 베스트 셀러 작가도 아니고, 이제 막 글을 쓰는 초보 작가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무명으로 지내는 애매모호한 위치에 서 있는 느낌이다. 아직 나의 노력이 부족한 걸 인정한다. 하루에도 200권 넘게 쏟아져 나오는 신간 책 중에 잘 선택받는 것도 힘든 것도 잘 알고 있다.     

무작정 앞만 보고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오는 줄 알았다. 이번에 잘 되지 않아도 다음에는 더 잘될 거 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도전하고 시도했지만 똑같은 수준의 성과만 챗 바퀴 돌 듯 그대로인 모습을 보면서 계속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이제 잘 생기지 않는다.       


꼴랑 5년 정도 하고 이렇게 푸념만 늘어놓는다고 할 수 있다. 대가들도 끊임없이 최소 십 년 이상을 버티다가 어떤 시점에 폭발하여 잘되는 케이스가 있다고 말한다. 오늘은 이런 좋은 조언도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쩌라고? 정말 하다보면 될까?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다.      


혹자는 잘 나가는 거인의 등에 올라타라고 한다. 주변에 그런 거인들이 많다. 그런 거인에게 정말 한번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 볼까? 라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얼마 전 무작정 돈 많은 협회 회장에서 찾아가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 좀 하고 다니라는 한 지인의 연락에 참 씁쓸했다. 생각해 줘서 이야기 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구걸해서 살아야 하는지 머리가 아팠다.      


심신도 지치고, 생각보다 수익으로 연결된 것 별로 없다. 뭔지 모르지만 늘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힘이 빠지고 힘들다. 주변에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작가나 강사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은 욕심이 내 안에서 또 꿈틀대나 보다. 43살의 7월 지금도 여전히 난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는 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라는데, 잘 모르겠다.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정확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고민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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