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힘들다
“상열아, 나 어떻게 하냐? 이번에 회사에서 나가야 할 듯해.”
며칠 전 오래 전 알고 지낸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술에 잔뜩 취해 혀가 꼬부러진 목소리다. 어떻게 된 거냐는 내 물음에 대답이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는 흐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듣고만 있는데도 같이 슬퍼진다.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는 선배다. 10년전 한 모임에서 알게되어 가끔 연락하면서 만났던 사이다. 워낙 호탕한 성격이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1년에 3~4번 외국을 다닐만큼 외국어도 유창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선배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유는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초 터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국가 간의 이동이 멈추었다. 미리 잡힌 예약은 줄줄이 취소되었다. 여행가는 사람이 없어지니 매출은 급감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선배가 다니는 여행사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전화가 끊기 전 선배의 외침이 너무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는 형편이 좋을 때 다른 일이라도 미리 준비하고 배웠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후회한다고 했다.
“왜 이렇게 세상이 힘든지 모르겠다!”
* 동생의 새로운 출발
주말에 오랜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한달만에 부모님과 여동생 내외를 만났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근황을 나눴다. 여동생도 다니던 회사에서 어려워져 추석 전에 나오게 되었다고 들었다. 실업급여를 우선 받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구상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여러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MD로 근무했다. 몇 년 동안 많은 회사를 옮겼다. 계속 버티면서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켰다. 이번에 나오게 된 건 코로나19가 아닌 회사 내부사정으로 나오게 되었다.
곧 마흔이 되는 동생도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12~13년 넘게 온라인 MD로 끝까지 버티다 보니 자신만의 경험을 많이 쌓게 되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만 수업을 듣고 내년 초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버티는 것도 실력이다
16년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나도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임금체불, 끈기 부족, 여린 멘탈 등으로 인해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지만 도시계획 엔지니어로 한 분야에서만 일했다. 발주처나 공무원의 비인격적인 모독이나 갑질, 잦은 야근이나 철야근무 등으로 참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10년 넘게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경험이 쌓였다. 그 경험으로 지금 회사에 이직하여 열심히 일을 하면서 근무중이다. 앞으로 언제까지 다닐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런 실직으로 힘들어한 선배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새로운 직종에 뛰어든다고 연락왔다. 어떻게든 여기서도 몇 년간은 버텨보겠다고 다짐하는 그와 그동안 버티면서 쌓은 실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여동생을 같이 응원하고자 한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코로나19가 더 힘든 세상을 만들었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너무 힘들어서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살자. 살고 버텨야 또 기회가 온다. 비의 노래 제목 “깡”을 가지고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티자. 살아보니 버티는 것도 실력이더라. 너무 멀리보지 말고 지금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반드시 해가 뜨는 날은 온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버티고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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