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Feb 14. 2021

초고는 쓰레기다


 * 사람들이 여전히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 


커피 한잔을 타고 노트북을 켠다. 오늘은 무슨 글을 써볼까 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잘 써지지 않는다. 한 줄 두 줄 써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글을 내가 아는 지인이나 가족이 보면 뭐라고 할지 고민되기 시작한다.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계속 글을 이어 나가지만 중간 정도 쓰다가 막힌다. 머리를 쥐어뜯지만 아무리 해도 다음 문장이나 단어를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젠 내가 무슨 글을 쓰냐고 반문하면서 자포자기한다. 커피만 다 마시고 남들이 쓴 SNS 글이나 읽으면서 댓글이나 한 두줄 쓰며 위로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 글이 한 번에 완벽하게 완성되어 타인에게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 초고는 쓰레기다      


대문호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초고가 쓰레기말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위대한 문학작품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쓸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가 쓴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도 처음에 쓴 원고, 즉 초고를 수없이 고치고 또 고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끝까지 내용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한 줄 두 줄 쓰다가 잘 썼는지 못 썼는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일단 끝까지 글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2015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작가가 되자는 목표를 세워놓았지만 5줄 이상 쓰지 못했다. 그 이상의 글을 쓰면 남들이 자꾸 어떻게 볼지 창피했다. 안 그래도 맥락없고 두서없이 짧게 쓰다 보니 공감이나 댓글도 별로 없었다. 일상이나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람들과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다친 마음이나 감정에 대해 쓴 글이 많았다. 당연히 이런 글 위주다 보니 괜히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이 쓰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몇날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남을 신경쓰지 말고 과감하게 나를 더 드러내고, 나만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잘쓰고 못쓰고는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마무리 하기로 결심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되, 먼저 구성방식부터 고민했다. 글에 들어갈 에피소드와 인용문, 결론에 들어간 키워드 등을 어디에 배치할지 먼저 결정하고, 나머지 내용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매일 조금씩 이렇게 양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번도 쉬지 않고 썼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5줄 이상 글을 쓰지 못하던 내가 한글 A4 2장 넘게 내용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원고를 쓰면서 한 두 줄 쓰다가 다시 지우는 일은 없었다. 원고 내용이 앞 뒤가 맞지 않거나 엉망이더라도 끝까지 썼다. 하루에 한 줄만 더 쓰자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쓴 결과였다.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이 나올때까지 이 초고를 최소 3~4번 이상 고쳤더니 글이 계속 좋아졌다.      


오늘부터 글을 쓰기 전에 “초고는 쓰레기다. 양을 채우는 원고다.”라고 외치거나 속으로 생각해보자. 정말 마음이 편해진다. 초고는 결국 양을 채우는 것이 목적인 원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완벽하게 처음부터 잘 쓰는 글은 없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다시 채운다고 생각하고초고를 쓰자. 처음부터 타인에게 완벽한 글을 보여 싶다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만의 글을 편하게 쓰자. 그렇게 쓴 초고를 계속 고치다 보면 시중에 나와 있는 책처럼 좋은 글이 된다.      


#초고는쓰레기다 #초고 #쓰레기 #양을채우는글 #감사 #라이팅 #글쓰기 #글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습관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