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친해진 후배들과 함께 종강파티를 겸해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근처 주막에 가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선배님! 기말고사도 끝났고 저희 처음 여름방학입니다!”
“그래! 수고했다. 원래 군대 가기 전까지는 노는거야! 형도 작년에 술먹고 시험봤어!”
“저는 이번에 술먹고 다음날 시험 배 쨌습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원래 그러는거야!”
원래 대학 1,2학년 시절에 여자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군대 가기 전까지는 정말 미친 듯이 사람들 만나고 놀고 토론하고... 그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시절만 할 수 있었던 그런 추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후배들과 술을 마시면서 그동안 시험공부 하느라 힘들었던 회포도 풀고, 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술자리는 그렇게 밤새 이어졌다. 그 사이에 몇몇은 일찍 귀가하고, 4명 정도 남았다. 새벽 2시가 넘어가니 다들 고주망태가 되었다. 나도 많이 취해 있었던 터라 더 마시면 안될 거 같아서 동기와 후배들에게 그만 나가자고 했다.
다들 동의해서 술집 밖으로 나왔다. 다들 비틀거리면서 후배 하나는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한다. 일단 많이 취한 후배들부터 보내려고 택시가 오는대로 문을 열어서 하나씩 태워보냈다. 동기를 태운 택시를 마지막으로 나도 뒤에 오는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고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났는지 누가 깨운다.
“택시기사 아저씨 내려주세요!”
“이봐 학생 여기서 뭐하는 거야!”
순간 벌떡 일어났더니 집이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옆을 보니 동기가 자고 있다. 그 옆에는 후배가 누워 있고...
다들 왜 빨리 안 가요? 잠꼬대를 하면서 눈도 못 뜬다.
주위에 사람도 많이 몰려 있다.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랬다. 공중전화부스였다. 새벽에 어둡고 또 술에 취해서 택시인지 알고
한명씩 공중전화부스 문을 열고 탔던 것이다. 나도 그랬고...
술도 깼고, 갑자기 너무 낯이 뜨거워 얼른 동기와 후배를 깨워서 인근 식당으로 도망쳤다.
모두 해장국을 먹으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