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고 지내는 동갑내기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10년전 다녔던 회사에서 거래처 담당자로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 술을 좋아하고 호탕한 성격의 그와는 처음부터 말이 잘 통했다. 나이도 같고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건설 계통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애환 등도 비슷하여 쉽게 친해졌다. 별일 없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다. 지금 회사로 옮기고 나서 전화와 메신저로 안부만 가끔 전하면서 직접 만나는 적은 없었다.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응. 잘 지내지? 나 지금 병원이야.”
“병원? 왜 무슨 일 있어?”
“그러게. 몸이 몇 달동안 안 좋아서 입원했어.”
“입원까지? 몸조리 잘해.”
그렇게 끊고 나서 퇴근 후 병문안을 갔다. 간다고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 병문을 열고 들어가니 누워있던 그가 놀라는 모습이다. 이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준다. 환자복을 입는 그의 모습이 낯설다. 나도 웃으면서 같이 인사로 화답했다.
“어떻게 된거야?”
“아, 그냥 궁금하기도 했고, 본지도 오래된 듯 해서...”
“그러네. 한 3년만인가?”
“책 출간하고 나서 한 번 만나 선물한 기억이 있으니. 그런데 어떻게 된거야?”
“응. 배가 계속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검사를 받아보라 해서. 별 거 아니야.”
“건강 잘 챙겨.”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간호사가 들어온다. 병문안 시간이 끝나간다고 알려주고, 환자인 지인에게 다가간다. 약봉지 큰 것을 준다. 짐을 정리하고 그에게 인사를 하려고 준비하던 찰나였다.
“다음 항암 치료는 6월 00일입니다. 그때까지 몸 잘 챙기세요.”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지인도 당황한 듯 해서 어서 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빨리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같이 나온 간호사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혹시 저 환자 암이냐고.
“네. 대장암 4기세요. 빨리 치료를 해야 하는데.”
“네? 치료를 빨리 안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1년도 못 넘기실 걸요.”
간호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 지나갔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충격에 빠졌다. 대장암 4기라니. 이제 40대 중반인데. 그에게 건강 잘 챙기라는 한 마다의 문자만 남기고 병원에서 나왔다. 또 한번 머리가 복잡했다. 참으로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며 가장의 무게를 견디면서 살아가는 지인이다. 만나지 못했던 3년이 넘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듯 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미안.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지. 아직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100살 까진 살아야 하지 않겠어? 건강 잘 챙겨. 상열씨도.’
집에 가는 길에 답장을 받았다. 나이가 들었는지 또 눈이 촉촉하다. 1년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은 그의 심정은 실제로는 얼마나 두려울까? 며칠 전 참으로 좋아했던 축구 국가대표 유상철 선수도 췌장암으로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소식을 접한 이후라 더 착잡했다. 그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고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악화되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다.
집으로 와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여전히 죽음은 나와 멀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일 갑자기 쓰러지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아침에 불이 난 물류창고에 사람을 구하러 갔다가 화마에 갇힌 소방관이 이 세상을 떠났다. 아침에 가족과 인사하고 출근했던 그가 불속에서 죽어갈 줄 누가 알았을까?
붓다 석가모니도 “산 자는 모두 고통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만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만90살이 되는 내 생일에 필생의 역작을 마무리하고 자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은 꿈이 있지만, 그것이 내 마음대로 될까? 살아있는 동안 아니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도 순간이 아깝지 않도록 찬란하게 내 열정을 붙태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니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듯 하다. 부디 그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명제를 잊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떨까?
지인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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