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신 홍위병
정치색을 드러내거나 니 편, 내 편 갈라치기 할 마음이 없다.
그냥 불편하다. 이런 작금의 세태가 불편하고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음이 아프다.
고등학교 때 입시대비 소설 장마를 읽은 기억이 난다.
소설가 윤흥길의 장마이다. 수능대비도 수능대비이지만, 딴에는 어린 마음에 흥미로운 소재에 나로서는 당시 죽었다 깨나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정독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가족간에 이념이라는 문제로 반목하고 총부리를 겨누다니. 고등학생 때이지만 가족간 재산 다툼이나 이권으로 서로 다투고 불상사가 나는 일은 기사로 다소 봐왔던 터라 단순한 이념 문제로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고 의아해 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그렇더라. 젊을 땐 미국산 소고기로 다퉈보기도 하고 어느정도 나이가 드니 또 다른 가치관 또는 이념으로 상대방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미워지기도 하더라.
더 나아가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
이 정부가 출범하며 적폐청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그간의 모든 부정부패를 청산하고자 했다. 국민들 대다수는 촛불혁명의 참가자이자 동조자 였기에 초기 적폐청산이라는 단어에 거부감 없이 힘을 실어주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적폐 라는 말 뒤로 반동 이라는 두 글자가 비춰보인다. 과거 북한 및 중국의 공산당은 자신의 편이 아닌 자들을 반동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았았다. 그들에게 반동의 의미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굶주린 자신들의 배를 채워줄 배부른 자들의 권리였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권력자에게 적폐라는 의미는 10년에 배고픈 세월동안 굷주렸던 그들의 배를 채워줄 배부른 자들의 권리일 뿐이다.
적폐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권리를 빼았고 시장의 가치를 훼손하며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자들에게 무시무시한 낙인을 찍어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토착왜구가 되버리거나 쓰레기 취급을 당하며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된다. 이들 모두 축구 한일전에서는 우리나라를 응원하고 독도는 당연히 우리땅이며 아베가 싫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사회를 밝히고 어두운 권력을 들춰내 상을 받은 기자들도 졸지에 기자+쓰레기 인 기레기가 되버린다.
하나하나 비교하자면 적폐와 반동의 유사점은 한 둘 이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힘을 주는 전략을 사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반대세력을 공격하게 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란 정말로 소외되고 억압받는 계층이라기보단, 그들간 어느정도의 불만이 쌓여있고 소외되었다고 느끼며 이러한 감정들이 일정부분 공유되고 있는 집단 또는 계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여튼 그들은 이러한 계층을 이용하여 그들이 이제껏 억압받고 소외되어 있었으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직접 호소하며 그들의 분노를 일깨워 준다.
그들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들에게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수장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들의 권익을 신장하겠노라고, 이들이 좀 더 사회에서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자신이 힘이 되어주겠노라고 공언하고 다닌다.
자, 이제 그들은 세상 무서운 것이 없어졌다. 그들의 수장인 그 분이 내 편이 되어 주겠노라고 공언을 하신셈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직접 적인 명령이 없어도 자동 프로토콜이 실행되는 것처럼 저쪽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황당해진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난 이제 껏 법을 잘 지키고 선량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내가 적폐라고 지금 껏 쌓아온 모든 것들을 내놓거나 가진 것들을 양보하란다. 그들은 그게 적폐라고 한다. 반동이라고 한다.
자 그럼 역사적으로 비추어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유사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중국에서는 해방 후(그들은 1949년 국민당을 몰아낸 것을 해방이라고 불렀다) 마오쩌둥의 1인독재가 시작되었다. 마오쩌둥은 스탈린 사망 후 사회주의의 정통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죽은 스탈린의 유일한 후계자가 본인이며 스탈린을 사후 공격한 후르시쵸프와 같은 자들을 반동이라 내세우며 자신의 공산당 내 후계자들을 경계하였다. 결정적으로 마오쩌둥은 집단농장, 공산당의 절대적 통제에 의한 계획경제 등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자신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고 입지가 좁아지자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는 10대 청소년들을 선동하여 이들에게 사회주의의 선봉을 맡기고 기존의 권력자 들 실제는 마오쩌둥의 권력을 노리는 자들을 처단하고 숙청하기 위한 대대적 혁명을 개시한다. 그는 사회주의의 신봉자는 본인이라는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그에게 반하는 자는 수정주의자, 사회주의에 반하는 자로 몰고 일대의 피비린내나는 혁명을 뒤에서 조종하기에 이른다.
그는 우선 사회적으로 순수하고 권력이 없으며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는 어린 청소년들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에게 선동당한 어린 청소년들은 기존의 세력 뿐만아니라, 관습, 문화, 가치관, 모든 것을 반동이라 이름짓고 부수고, 없애고 청산하기에 이른다.
이와같은 살육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다만,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모인 1200만명의 어린 홍위병들에게 먼발치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어린 홍위병들에게 이미 그는 사회주의의 신적인 존재였고 무결점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지 않은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그러나 수법, 양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그는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함이 운명 이라고 하시며 사명감을 갖고 촛불혁명에 의해 권력을 잡으셨다.
그분과 그리고 그분과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은 그들이 완전무결하며 도덕적으로 정당하며 적폐에 의해 희생당한 고 노무현대통령의 후계자는 자신들이다 라는 헤게모니를 부여잡고 기존의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적폐라고 지칭하며 그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사회적으로 핍박받고 있으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로하며 자신의 홍위병이 되달라고 하고 이들은 흔쾌이 승낙하기에 이른다.
이제 그분의 정적은 이들의 정적이 되었다. 그분에게 반대하는 자는 적폐가 되었다. 그분은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고 그의 사소한 잘못은 그럴 수도 있지. 정부가 뭐든 잘 할 수 있냐? 그러게 너가 잘하지 그랬어. 정도로 치부되고 만다.
범죄자를 두둔하고도 인간적인 면모가 보인다. 라고 할 정도면 우리나라 이들의 인지상태는 중국 문화혁명당시 홍위병들이 마오쩌둥을 바라보는 인지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이쯤되면 건전한 국민이 아닌것이다. 물론 인간적인 연모, 흠모, 동정, 아끼는 마음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마음은 혼자만이 간직해야 할 것임에도 이들 우리나라 홍위병들은 그의 흠결에도 이를 속으로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비판하는 자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우린 홍위병들의 결과 및 문화대혁명의 결과를 이미 알 고 있다. 그 당시 어린 홍위병 소녀들은 이제와서 그들이 핍박하고 죽였던 자들의 묘소 또는 그들의 가족앞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중국은 적어도 50년 이상의 후퇴를 경험해야만 했으며 없어진 문화유산 및 사람들의 피폐함과 후유증은 글로 다 적을 수 없다.
이들 우리나라 홍위병도 과거의 역사를 교훈삼아 경계하여야 할 것이고 이들의 주장이 결코 건전하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홍위병의 옷을 어서빨리 벗어던지는 것이 상책이다. 단언컨대 내가 예언을 하자면 그들이 이용했던 자들은 나중에 추려지기 마련이고 그들의 권세가 계속된다면 그들 중에서도 나중엔 추려져서 저 윗동네에 계신 분들처럼 백두혈통만 남아 정점의 권력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서론에 언급했던 장마 라는 소설의 말미에 할머니는 돌아가신 삼촌이 구렁이로 현신하여 나타났다고 믿으며 우리가족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대목이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즉, 삼촌의 희생은 필연적인 결과라서 우리 모두 이 아픔을 겪게 될 것이며 그러한 아픔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우리네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작금의 상황에서 빗어질 상처는 필연일까?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우리 국민들이 깨어 단지 감상에서 빠져나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수록 삼촌의 헛된 희생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