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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Sep 02. 2017

사람들은 말하지....

가만히 나둬 다투다 지쳐, 서로 껴안고 뒹굴듯이

한 일주일 정도 세종시 정부 청사를 어슬렁거리다 보니, 유독 시끄러운 곳이 있어서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청사 밖에서는 매일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 임용고시, 기간제 교사, 교육계 비정규직... 뭐, 이런 단어들이 들린다. 얼핏 보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호기심에 자료도 찾아 보고, 서로 다른 입장과 그들의 주장도 본다. 그러다 또 이상한 생각으로 빠져 든다.


사회에서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누구와도 어떤 집단과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은 있고, 그것들이 충돌될 때 싸움이 일어 난다. 그 싸움을 좀 더 질서 있게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이 만들어지고, 법이 생기고, 국가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랬을 것이다. (먼 옛날부터 상상해 보면..) '유기적'이라는 말이 무서운 게, 기계 같은 것은 고장 난 부분을 고치면 끝인데 반해, 유기적인 것은 새롭게 고쳐진 것들에 기반해 새로운 갈등이 생겨난다. 한마디로 끝이 없다.


어찌 보면 단체, 조직, 국가라는 것은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내부적인 갈등을 해결하면 그 그룹은 또 다른 인격이 되어 외부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이를 위해서 또 다른 공권력을 만들게 된다. 많은 SF에서 상상했던 '우주 동맹'같은 것은 어쩌면 상상의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인식의 결과다.


지금까지 '언제까지 싸워야만 할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틀렸다. 싸움은 피할 수 없고 던져진 문제는 '어떻게 싸워야 할까?'와 '싸움에 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다. 후자는 어렵지 않다. 사람은 유기체니까... 싸움에 지면 지는 대로 그다음의 삶이 이어질 테니까... 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할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단순한 게 좋다고 우선은 내 이익부터 챙기고, 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근하는 게 나빠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면 말이다.


중요한 건 싸움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흔적]어느 날 이 곡을 듣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5번 정도는 완전히 다시 쓴 것 같다. 고쳐 쓴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들로만... 결국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에 생략에 생략을 거듭하고, 애매모호함을 씌워 내보낸다. 이 마지막 이야기도 원래는 '국회의원'과 '정치' 그리고 '갑질'을 재료로 한 비빔밥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실 요즘 집중하기기 너무 어렵다. 몸이 안 좋은 물리적인 원인도 있지만, 정신적인 요인도 있다. 뭔가 정신이 텅 빈 것 같은... 멍 때리는 하루하루다.


사람들은 말하지(by 공일오비): 5분 24초

작사/작곡: 최리라/정석원

1991년 발매된 공일오비의 2 번째 앨범에 9 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보컬은 윤종신이 담당했다.

공일오비가 본격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3집부터라고 보는 편이다. 1,2집 시기에는 대학생 중심의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은 편이라고 하는데, 나는 2가지 모두 해당된다. 하지만 이 앨범을 구매하게 된 건 훨씬 나중인데, 발매 때에 군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3집 발매 이후에 공일오비를 알게 되고, 1,2집을 다시 들으면서 그쪽을 더 좋아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신해철이 '무한궤도'라는 밴드로 대학가요제 무대에 등장했는데, 장호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무한궤도와 연관이 있었다. 다만 무한궤도에서 활동한 시기는 서로 조금씩 다르다. 신해철과 정석원의 음악 관계는 복잡 미묘하며, 대체로 둘이 사이가 안 좋았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ㅋㅋ)

아마도 이때쯤부터 나의 음악적 취향이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멜로디 중심의 안정적인 사운드와 예쁜 소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뭐랄까, 더 이상 음악을 듣는 데에 있어 열정이나 감정을 쏟아 붓기가 어렵게 되었다. 간단히 말하면 나태해지고, 편안함만을 추구하게 되었달까...

그런 취향에 딱 부합하는 것이 공일오비(015B)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약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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