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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Dec 14. 2017

Bring it on home to me

이렇게 텅 빈 감정은 뭐지?

지난 토요일(아니 금요일인가?) 밤. 불면증의 나는 밤을 서성이고 있었다. 문득 창문을 내다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텅 빈 거리고 소리도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 찍어 보려고 애를 써봤다.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바꿔가며 찍었는데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빈 것'이었다.


6~7년 전쯤 처음 'Playing For Change'의 'Stand by me'의 동영상을 보았을 때, 'This song says a, No matter who you are, No matter where you go in your life, at some points  you're gonna need somebody to stand by you"라고 하고는 노래를 시작하는 한 사람을 인상 깊게 보았다. 자막으로 'Roger Ridely, Santa Monica, California'라고 그의 이름과 지역이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렇게 들렸다. 그냥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굳은 신념으로 뭉쳐진 단단함이 있었다. 같이 보던 사람이 '이제 미국에 갈 이유가 생겼네'라고 했다. 같은 생각이었다. 언젠가 캘리포니아의 산타 모니카에 가서 그를 볼 거라 생각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렸다. 상황은 변해서 더 이상은 여행을 (자주) 가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끔씩 Playing For Change의 홈페이지를 들어가기도 하고, 페이스북 등에서 새로운 소식이 올라온 것을 본다. 새로운 노래들 새로운 뮤지션들을 본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은 꼭 Roger Ridley의 곡을 들었다.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라던가, 'Tears on my pillow', 'Bring it on home to me'등의 곡이었다. 


최근에 'Bring it on home to me'가 새로 Songs around the world 에피소드로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보고 있는데, 댓글 창에 R.I.P Roger Ridley라는 문구가 보였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그제야 비로소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는데 이미 그는 2005년에 작고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실제로 PFC의 첫 에피소드인 'Stand by me'가 공개된 것은 2008년이었다. 그때는 홈페이지에 가서 뮤지션 한 명 한 명에 대해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걸 몰랐을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 홈페이지를 가보니 역시 홈페이지의 소개 글에는 그의 죽음에 대한 얘기는 없다.)


아...... 갑자기 텅 빈 상태가 되어버렸다.


PFC의 제작자에 의하면 2005년에 산타 모니카에서 그의 노랫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정신없이 그 목소리를 찾아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그를 만나고 비로소 Songs around the world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 PFC 자체는 2002년에 시작되었고, 이후 2008년에 PFC 재단이 설립되었다.) 2005년 제작자가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With a voice like yours, why are you singing on the streets?" 그의 대답은..

Man I’m in the Joy business, I come out to be with the people.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신념의 실체다.


여태껏 잘 될 때나 잘 안될 때나 언젠가 산타 모니카의 거리에서 그가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 (2번 시애틀에 갔다 온 적은 있었다. 그때도 PFC의 CD를 사 왔는데..) 그랬는데 그 생각을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여전히 몰랐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삶과 죽음과 믿음에 대한 복잡한 생각에..... 다시 텅 빈 어떤 공간을 생각한다.


(PFC) 관련 글

As long as you stand by me: 함께 있다는 것의 말할 수 없는 고마움

A woman from Guantánamo: '사람'은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Bring it on home to me (by Sam Cooke): 2분 37초

작사/작곡: Sam Cooke

1962년에 싱글로 발매된 곡이다.

팝의 고전으로 이후 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를 해 왔다. 2017년에는 Van Morrison이 'Roll with the punches'앨범에서 커버했는데, 그는 이미 1974년 라이브 앨범에서도 이 곡을 커버한 바 있다.

또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Guardians of Galaxy, Vol2)에도 샘 쿡의 곡이 삽입되었다고 한다.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 되어 있다. 가사 내용은 떠나간 연인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샘 쿡(Sam Cooke)은 '소울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뮤지션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소울이란 장르를 만들었고 이후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64년 33세의 나이에 모텔에서 피격당해 숨졌는데, 공식적으로는 그가 매니저를 폭행하려 했고, 매니저는 자기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쏘았다고 한다. 법원은 정당방위로 판결했지만, 가족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Playing For Change에서 이전에는 로저 리들리(Roger Ridley) 버전으로만 있었는데, 2017년에 다른 뮤지션과 합주 형식(Songs around the world)으로 발표되었다. 제작자의 코멘트에 다르면 로저 리들리(Roger Ridley)와 그랜드파 엘리엇(Grandpa Elliot)의 마지막 협연이며, 이 둘에게 헌정하는 곡이라고 한다. (이 둘은 PFC의 상징이다.)

https://youtu.be/uLa_J4CcHZU

* 이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Alice Tan Ridley는 Roger Ridley의 누이이며, 2010년 America's Got Talent에 출연한 바 있다. 그녀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노래를 했었다. 또 한 가지 Alice Tan Ridley의 딸은 Gabourey Sidibe라는 영화배우인데, 2009년 독림 영화 'precious'에서 주연을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다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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