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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21. 2015

As long as you stand by me

함께 있다는 것의 말할 수 없는 고마움

지훈아,

가끔씩 네가 엄마와 안 좋을 때, 전화하면 많이 미안하고, 아빠가 참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정말 많이 미안하단다. 너도 힘들겠지만, 한편으론 엄마도 많이  힘들 거야. 함께 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참아야 하는 법이거든.


'Stand by me'라는 노래 알지? 우리 같이 많이 들었잖아. 너도 좋아했었고. 지금도 이 노래를 듣는지 모르겠네. 아빠 짐작으론 잘 들을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너는 지금 새로 알게 되는 게 많은 만큼 또 금방 잊히는 그런 때니까.


원래 이 노래는 1960년, 그러니까 아빠도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노래야. 우리가 자주 들었던 건 전 세계의 거리의 악사들이 함께 부르는 거야. 시작할 때, 한 아저씨가  얘기하잖아.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삶을 살든, 당신 곁에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정말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지?


그런데 지훈아 노랫말처럼 누구나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그 사람 입장에서는 어떨까 생각해 봤니? 그 사람이 나에게 힘이 되는 만큼 나는 그 사람에게 힘이 되는 걸까? 내가 일방적으로 바라기만 할 때, 그 관계가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함께 한다는 건 많이 참아야 해. 아빠도 일을 하면서 그런 일을 많이 겪었거든.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막상 함께 일하고 보면 이것저것 안 맞는 게 많이 보이게 되지. 기계적으로 하나는 나의 의견을 하나는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문제가 있고, 그러다 보면 대개는 어느  한쪽이 많이 양보해야 하지. 친구도 그래. 어떤 친구가 늘 바라기만 하고, 자기는 하나도 양보 안 하려고 하면 너도 그런 친구와는 만나기 싫을 거야. 네가 만약 그런 친구라면 너의 친구들도 너와 잘 만나주지 않겠지.


좋은 아빠라면 당연히 너에게 항상 조금 더 양보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라고 얘기해야겠지만, 당장은 네게 그러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구나. 그렇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도 잘 알기에. 다만 네가 조금 더 참고  양보하는 게 결코 안 좋은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것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이야.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 곁에 있어줄 사람, 함께 하는 사람을 원하는 만큼 누군가는 곁에 있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네가 스스로 견고한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존재야. 당장 지금도... 너와 함께 하는 엄마가 있기에 네가 투정도 부리고 화도 낼 수 있는 것일 거야. 물론 엄마도 너와 함께 있는 게 힘이 될 거야. 한편으로는 그런 네가 멀어지는 게 두렵기도 할 거고.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이어져 있는 존재일 거야. 서로에게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지. 


너의 바람과 너의 뜻을 몰라 주니 때로는 실망도 하고, 엄마, 아빠가 밉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 편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위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아빠도 조금은 멀지만 언제나 니 곁에 있록 노력할게. 언젠가 함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의미로 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구나.


*Stand by me (by Playing for change): 5분 11초

*2009년 발매 (Playing for change 커버)

*Ben E. King 원곡: 1960년 10월 27일 발매

*존 레넌 커버: 1975년 3월 10일 발매

*작사/작곡: Ben E. King, Jerry Leiber and Mike Stoller

*Playing for change foundation의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곡이며, 인터넷을 통해 뮤직 비디오 형태로 먼저  공개되었고, 후에 다른 곡들과 함께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이 곡은 여러 번 차트에  등장했고, 커버 말고도 오리지널 곡이 재발매되어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중 한 번은 동명의 영화 때문이었고,  그다음에 리바이스 광고에 삽입 되면서 한번 더 떴었다.

*존 레넌이 커버한 곡도 원곡만큼  사랑받았다.

*맨 처음 인터넷을 통해 Stand by me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이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도시, 거리를 언제 다 가보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만 포기한 건 아니다. 두 번째는 기획  작업하면서 여러 번 이 프로젝트를 언급했었고,  그중의 한 번은 이들의 콘서트를 유치하자고 했었는데  거절당했다. 이 들을 국내 무대에 세우거나 국내 뮤지션들로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는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앨범 살려고 당시 해외 여행 갈 때마다 레코드 가게 들려서 뒤져 보곤 했었는데, 결국 아마존을 통해 구입했다. (10년만에 아마존 계정을 다시 살렸다.)

*프로젝트 특성 상 커버 곡이 대부분인데, Stand by me 말고도, One love, Don't worry가 좋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Biko와 Love rescue me다. 엘피바에서 Love rescue me 듣는 데, 친구와 주인 형님이 자꾸  CCM이라고 우겨서... 기분 상한 적이 있다. 유투(U2)의 오리지널 곡이라고  확인시켜 주었더니, 내용이 찬송가라나 뭐라나...

*Playing for change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현재 120 번째 에피소드까지  발표되었고, 참여 뮤지션의 수는 세보지 못했다(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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