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Nov 30. 2015

To everything, turn,turn,turn

성장은 변화의 다른 이름

지훈아, 

요즘 어떠니? 좋은 노래 많이 듣고 있어? 지금도 에이핑크 노래 많이 듣니? 아니면 노래보다는 누나들이 좋은 걸까? 어떤 노래가 됐든 지금 네가 좋아하니까 듣고 있겠지. 아빠도 그랬어. 지금 듣는 노래가 가장 좋은데, 왜 어른들은 오래된 노래들만 들려 주는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내가 듣고 있는 노래들을 별로 좋게 얘기하지 않았거든. 그게 좀 서운했지...


네가 듣는 노래들 아빠도 들어.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어떤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듣고 좋아하게 되고, 어떤 곡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게 되지. 영원할 것처럼 좋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시시해지곤 하더라. 좀 섭섭하지? 누구나 영원하길 바라지만(특히 좋아하는 것들은), 아직은 아빠도 영원한 걸 보지 못했구나.


성경에(뜬금없긴 하지만 '책'으로서 성경은 읽어둘 만한 것이다.)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정한 때와 기한이 있다.
날 때와 죽을 때,
심을 때와 거둘 때,
죽일 때와 치료할 때,
헐 때와 세울 때,
울 때와 웃을 때,
슬퍼할 때와 춤출 때,
돌을 던질 때와 돌을 모을 때,
포옹할 때와 포옹하지 않을 때,
찾을 때와 잃을 때,
간직할 때와 던져 버릴 때,
찢을 때와 꿰맬 때,
침묵을 지킬 때와 말할 때,
사랑할 때와 미워할 때, 전쟁할 때와 평화로울 때가 있다.
('현대인의 성경' 전도서 3장)

 이 내용을 가사로 한 노래가 있어. 'Turn, Turn, Turn'이라고 이 역시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구나. 포크록이라는 장르의 곡인데,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야. 그리고 성경에서 가져온 노랫말도 좋고. 너도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길 바라.


어떤 때가 있다는 것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라는 말은 아닐 거야. 그보다는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고, 또  그때가 올 때까지 계속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단 말일 거야. 물론 성경의 의미는 또 다른 의미지만. 지금 무언가 니 뜻대로 안될 때, 혹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라는 거지. 너는 매번 공부 걱정 하지만, 네가 정말 공부를 하고 싶을 때도 올 거야.


그렇게 너도 하루하루 변하게 될 거야. 모를 때가 지나가고 알 때가 오고... 그러면서 너도 어른이 되어 갈 거야. 성장한다는 건 변해 간다는 것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성장하는 것은 그게 바로 너 자신을 지켜 나가는 거야. 


좀 억지스러운 예이긴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볼게.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옆에 차가 너보다 빠르거나 느리면, 상대적으로 너의 위치가 바뀌게 돼. 하지만 옆의 차들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돼지. 마찬가지야. 시간은 늘 멈추지 않고 앞으로 간단다. 그 시간에 맞추어 너도 움직여야, 니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야. 성장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아빠는  기대돼. 더 시간이 지나서 어떤 어른 지훈이가 될까? 하고 말야.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지훈이를 보고 싶어. 성경에서 신의 의미하는 것처럼, 사람에게 시간은 어떻게 해보기 힘든 것이지. 성장은 그 시간이 네게 주는 숙제 같은 거란다. 아빠도 도와 줄 수 있으니, 함께 숙제를 잘 해보자꾸나.


*Turn! Turn! Turn! (by The Byrds): 3분 49초

*1965년 10월 1일 싱글 발매

*같은 해 12월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이 되었다.

*작사: 전도서 3장(솔로몬 왕), Pete Seeger

*작곡: Pete Seeger

*원곡은 50년대에 써지고, 최초 발매는 1962년에 The Limeliters라는 포트 그룹에 의해 발매되었고, 곧이어 Pete Seeger도  발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버즈(The Byrds)가 커버한 곡이다.

*제목의 변천사가 있는데 처음 발매되었을 때는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이었다. 후에 Judy Collins라는 가수가 발매할 때(나중에 Byrds를 결성하게 되는 Jim McGuinn이 편곡), 제목이 'Turn! Turn! Turn!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으로 바뀌고, 이 제목으로 The Byrds가 발표했고, 이후로는 그냥 'Turn! Turn! Turn!'으로 불린다.

*성경의 구절을 따왔기 때문에 저작권료의 45%는 ICAHAD라는 단체에 기부된다고 한다. 호기심에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저 단체에 해당하는 위키 항목도  살펴보았다.  ICAHAD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반대하는 사회활동 단체인데(일단 취지 만큼은 동의한다)... 자세히 모르니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겠다. 2012년 11월에 파산 선언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 곡을 처음 인지하게 된 게,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사운드트랙에서였으니까, 1994년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겠지.)

*아마도 가장 오래된 가사를 가진 곡일 것이라고 한다. 작사가 무려 솔로몬 왕? 솔루몬 왕 하면 생각나는 명언이 또 하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곡과 무관하지 않은 기분은 착각일까?  

*버즈(The Byrds)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자면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앨범 1001'이라고 Robert Dimery라는 분이 낸 책이 있는데, 여기에 무려 1집부터 5집까지 포함이 되어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팝 역사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뮤지션이다. 역으로 버즈의 앨범을 들어 보면... '아, 저 리스트가 상당히 미국인 취향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차피 전까지 저 리스트의 앨범을 모두 듣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리스너 입장에서 음악사 적으로 중요한 곡이라고 해서 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좋은 곡을 듣고 싶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As long as you stand by m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