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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10. 2016

If it be your will

 받아 들일 줄 아는 지혜

지훈아,

오랜만에 너에게 남겨주는 노래를 하나  추가하게 되었네. 좋은 노래야 얼마든지 많지만, 아빠의 입장에서 너에게 물려주고 싶은 노래를 생각해보면 그게 간단하지 않더구나. 때로는 음악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때로는 음악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단다. 아빠가 너의 음악 선생님은 아니니까... 네가 아직은 청소년인 만큼, 자연스럽게 너의 성장과 함께 할 수 있는 곡을  찾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이라고 캐나다의 시인이자, 뮤지션인 사람이 있어. 대학교에서 문학(아마도 시가 중심이겠지?)을 가르치는 교시이기도 하고, 직접 시집을 내기도 하고, 그 시들을 노래로 만들어 직접 부리기도 하는 분이다. 그래서 레오나드 코헨의 곡들은 가사도 조금 어려워.


시라는 것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기 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 네가 굉장히 슬픈 날 혼자 길을 가는 아이를 보고, 그 모습을 글로 쓴다고 생각해봐. 그 글은 네가 느낀 슬픈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되겠지. 반면에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 감정에 금방  동화되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날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는 것도 필요하겠지. 네가 국어,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야.


"If it be your will"은  우리말로 하면, '이게 당신의 뜻이라면'정도 될 거야. 혹은 '당신이 원한다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당신 뜻대로'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종교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방식이지. 이 고난과 어려움이 신의 뜻이라면 기꺼이 감내하겠다... 뭐 이런. ㅎㅎ 


지금 너의 상황에선 가장 듣기 싫은 말일 거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그리고 아직도 한참은 더 이래라 저래라 얘기를 들어야 하는 처지고, 네가 하고 싶은 많은 것들에 대해서 하지 말라는 얘기만  들어왔을 테니까... 아빠도 그런 고민을 하게 돼. 어떤 건 해봐야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해보고 그런 것이 왜 안 좋은 것인지 네가 깨닫게 하는 것이 좋을까... 딱히 답은 없어. 아빠에겐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 너에게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니까... 그 차이를 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


다만 이 얘기는 해주고 싶어. 받아 들일 줄 알아야, 너의 '의지'도 생기는 것이라고. 그건 순응이라던가, 복종과는 다른 뜻이야. 소통이란 건 결국  주고받는 것 아닐까 생각해. 네가 엄마, 아빠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도 알고 고면 엄마, 아빠가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거겠지. 그건 우리가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아빠, 엄마하고만의 문제도 아니지. 네가 앞으로 사람들과 만나면서 수없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일 거야.


아빠는 네가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라. 때론 네가 처한 상황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겠지. 나에게 '너(You)'는 다른 사람이지만, 결국 그 사람에게 '너(You)'는 네가 될 수 있잖아. 'It it be your will'을 일방적인 방향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받다 들인 다는 것이 너 자신을 포기하거나 버린다는 뜻이 되는 것도 아니고...


좀 말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노래 같이 들어 보자. 굵지만, 뭔가 공간이 많은 남자 목소리와 단단하면서 꽉 찬 여자 목소리의 어울림이 지금쯤 딱 듣기 좋을 것 같다.  


*If it be your will (by Leonard Cohen): 3분 43초

*1984년 12월 11일 발매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7번째 스튜디오 앨범 "Various Positions"의 마지막 곡으로 수록

*작사/작곡: Leonard Cohen

*Credit에 보면 제니퍼 원스(Jennifer Warnes)가 보컬로 참여한 것으로 나오는데, Backing vocal이 아니다. 둘이 친한 친구라고 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같이 노래하는 부분이 많다. 제니퍼 원스는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을 조 카커(Joe Cocker)와 불러서 미국 차트 1위를 한 바 있다.

*이 앨범에 유명한 "Hallelujha"가 있다. 사실 이 곡은 나중에 제프 버클리(Jeff Buckley)가 커버한 곡(*당근 송북 리스트에 있다. 아마도 마지막 곡이 될 것이다.)이  손꼽히는데, 이게 바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중간에 존 케일(John Cale,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이 커버한 곡이 있다. 제프 버클리도 실상은 존 케일이 부른 할렐루야를 커버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제프 버클리의 곡이 남성적인 섹시함이라면, 원곡은 약간 뽕짝 리듬에 실려 중성적인 매력을 준다. 칼날 같은  날카로움보다는 약간 관조적인 느낌의 여유가 있다.

*그 외에도 "Dance me to the end of love", "Coming back to you"등의 곡도 훌륭하다. 레너드 코헨이 보컬리스트로서는 독창적인 매력은 있지만, A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떤 곡들은 후에 다른 가수가 커버했을 때, 그 진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가사(시인이니까..)와 곡 만드는 실력은 S급이다.

*2016년 11월 7일 타계. 요 며칠간 레너드 코헨 검색을 통해 유입된 경우가 많아 무슨 일인가 했더니... ㅠㅠ 뮤지션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한다면 레너드 코헨이 첫번째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명복을 빈다. 올해는 유난히 큰 별들이 많이 떨어진다.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레오나드 코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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