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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29. 2016

Nothing compares to you

사람의  빈자리는 사람으로 메꾸지 못한다.

지훈아, 안녕.

정말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아니,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다기보다는 아빠의  마음속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말이다. 너는 어떠니? 겨울 방학인데도, 공부하러 다니느라 바쁘겠구나.


이번에 고른 곡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곡은 아니야. 음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곡도 아니고, 대단한 화제와 인기를 얻는 곡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 그저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소수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지. 비록 프린스(Prince)라는 뮤지션이 아빠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천재 뮤지션'이긴 하지만... 너도 좋아할 것 같지는 않구나.(ㅡㅡ;)


'그 어떤 것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후의 마음을 담은 노래야. '당신이 떠난지 15일 하고도 7시간이 지났어요...' 라면서 노래가 시작되지. 구구절절이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담겨 있어.


너 어렸을 때, 자주 만나던 친구 기억나? 엄마 친구의 동갑내기 여자친구,  같이 여행도 갔었잖아. 그리고 서로의 집에서 돌아 가면서 같이 자던 유치원 친구도 있었고. 아마 기억이 안 나겠지... 이렇게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런단다. 그리고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는 한, 어떤 사람의  빈자리는 결코 채워질 수 없지.


물론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어떤 경우는 내 필요에 의해서 만나게 되지. 딱히 그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내 안에  빈자리가 있어서, 그걸 채우기 위해 만나는 경우는 다른 사람이어도 딱히 아쉽지 않을 거야.


우리 한번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볼까?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경우는 훨씬 더 쉬울 거야. 그 사람 안에  빈자리가 있고, 거길 채워 주기만 하면 되니까... 그 사람도 딱히 내가 좋은 건 아니어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겠지. 아마 이별도 쉬울 거야.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니까...


누군가의 마음 혹은 삶에 내 자리는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왜냐하면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상대방에게는 나를 위한 자리가 없으니까. 상대방은 나를 받아 들일 필요가 없지. 하지만 그렇게 없던 것을 만들어 거기에 내가 들어 가게 되면 나중에 헤어지게 되어도 그 자리는 누구도 채울 수 없게 될 거야.


지훈아,

그러니까... 누군가를 처음 만났는데, 그 사람에 나에게 조금 까칠하게 굴어도 그걸  받아들이고 참아야 한단다. 그렇지 않다는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누구여도 괜찮다는 것이니까.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자리는 만들어 나가는 일은 불편하고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뜻이지.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서 결정되는 게 아니야. 그렇게 사람들 속에 자리하게 되는 나의 모습들이 모여서 진짜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좋은 모습도 있고, 나쁜 모습도 있지. 그걸 다 볼 줄 알아야 해. 아무튼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후회는 없겠지.


이번 주말도 건강하게 잘 보내렴. 다가오는 설에는 꼭 만나도록 하자.


Nothing compares to you (by The Family): 4분 31초

작사/작곡: Prince (정말 이렇게  표시되는 건지... 궁금하다. 미국에는 왕자가 없어서 괜찮은 것일까?)

1985년 발매

패밀리(The Family)는 프린스가 소유했던 밴드다. 전신인 타임(The Time)도  마찬가지였는데, 타임이 해체되고 만든 밴드가 패밀리이고, 이 모두는 전적으로 프린스의 주도하게  이루어졌다. 1985년에 한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해체되었는데, 이후 2007년에 에프 디럭스(fDeluxe)라는 이름으로 재결성하여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곡은 1990년 시네이드 오코너의 두 번째 앨범에 발표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프린스 입장에서 보면 고마울 일이지만, 곡 발표 이후에 시네이드 오코너를 집으로  불러들여 싸웠다고 하니...

나도 시네이드 오코너를 통해 이 곡을 알게 되었지만, 패밀리의 곡을 더 좋아한다. 각각의 장점이 있지만, 외형적인 변화가 있는 패밀리의 버전이 조금 더 감당할 만하다. 집중해서 듣는 경우 곡 자체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특히나 시네이드 오코너의 곡은 내적인.. 그러니까 미세한 감정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면 듣기 힘들 때가 있다. 그냥 편하게 들어도 되긴 하다.

가끔씩은 시네이드 오코너가 왜 이 곡을 부르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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