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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19. 2018

When I'm old and wise

안녕, 나는 고마웠어요.

이제 보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떠날 때가 다가옵니다.
그대들과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바람에 실려 가겠지요.
먼 훗날 그대들을 아냐고 묻는다면, 
그저 미소 지으며 나의 친구였다고 말하겠습니다.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워졌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을...
죽어서도 보고 싶을 겁니다.

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들의 말과 함께, 바람과 함께 
나는 가겠지요.
언젠가 나를 아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가 그대들의 친구였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죽음의 문턱에서....
진실을 알게 되었네요.
('Old and wise'의 가사를 내 방식대로 번역해 보았다)

경복궁 역에서 나와 서촌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면 'old and wise'라는 LP바가 있다. 친구의 지인이 하는 곳이라 막 문을 열 때 갔었다. 친구는 가게 이름이 뭐냐며... "가게 이름이 old and wise는 좀 너무 평범한데요?"라고 물었다. 주인은 "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여서... 나름 의미도 좋잖아요?' 라며 웃어넘겼다. 그땐 이런 의미로만 생각했다.

Life's tragedy is that we get old too soon and wise too late.
(Benjamin Franklin) 


사실 곡 제목 말고 실제 가사를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그저 '나이 들면 현명해진다'는 의미로만 생각하고, 뭔가 좀 심심한 요리 같아서 자주 찾아 듣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사를 보고 나니, 'old and wise'의 의미도 이 노래의 느낌도 달라졌다. 그리고 계속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곱씹으며.... 글을 쓰게 됐다. 내 나름의 커버인 셈이다.


죽음을 앞두고 나는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이성복 시인의 강연에서 죽음을 앞두고 슬퍼하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순간에 남겨질 사람들에게 우리가 친구였다고 고백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높은 경지여서, 나는 거기까지 이르지 못할 것 같다.


Eye In The Sky Album Cover (The Alan Parsons Project, 1982)

Old and Wise (by The Alan Parsons Project): 4분 55초

작사/작곡: Alan Parsons, Eric Woolfson

1982년 발매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6 번째 스튜디오 앨범 'Eye in the sky'에 마지막 곡으로 발표되었다. Zombies의 Colin Blunstone이 보컬을 맡았다.

후에 Colin Blunstone은 이 곡을 재녹음하고 본인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한다. (내가 싫어하는 경우다. 객원 보컬로 노래하고 나서 이후에 원곡자 행세를 하는 것...)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가장 성공한 앨범 중의 하나다. 앨범과 같은 제목의 'Eye in the sky'와 'Old and wise'가 싱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을 모르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Sirius'가 아닐까? 이 연주곡은 1990년대 NBA 시카고 불스 왕조 시대에 스타팅 라인업을 소개할 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사용한다고 한다.)

앨범 커버에 사용된 '호루의 눈'은 고대 이집트에서 수호, 왕권, 건강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초판 LP에는 이 호루스의 눈이 금(빛)박으로 인쇄되어 나왔다고 한다. 예전에 압구정동의 수입 LP가게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게 실제로 보면 매우 근사한 경우가 많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답다고 해야 할까? 알란 파슨스의 음악은 매우 깔끔하고 잘 정제되어 있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 없다. 다만 내 취향이 Lo-Fi 혹은 뭔가 결핍되어 있는 음악이 끌리는 경우가 많가 많아서 근래에는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들어도 너무 잘 만들어진 사운드다.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든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 방송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 친구는 'The Ture of a Friendly Card'를 최고로 쳤고, 다른 친구는 'Eve'를. 또 다른 놈은 'Pyramid'를 꼽았다. 덕분에 골고루 들어볼 기회는 많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I Robot'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앨범 커버들이 너무 근사해서 이들의 앨범 커버로만 갤러리를 꾸며도 세상과 삶을 아우르는 재미있는 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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