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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9. 2017

A woman from Guantánamo

'사람'은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세상이 생각처럼 안 돌아가네요. 술 한 잔 했는데 생각나서 그냥 연락드렸어요"

"조만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 날은 하루 재워주세요. ㅎㅎ"

"그래.... 힘내고... 언제든 와~"

"네, 사람이 제일 무섭고 힘드네요. 저도 그냥 혼자 살까 봐요. ㅎㅎ"

"연락 조만간 드리겠습니다."

"너까지 그러면 어떡하냐.. ㅎ 나 하나로 족한 것을..."

"깜냥도 안되면서 세상을 만만하게 본 잘못이죠. ㅎ"

"넋두리할 곳 없어 투정 중입니다. ㅎㅎ"


얼마 전 갑자기 한밤중에 아는 동생과 나눈 필(문자)담이다. 아마도 술 김에 이런저런 속 얘기를 털어놓은 것이겠지만 이 상황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 친구는 이미 벌써 잊고 또 열심히 살고 있겠지... 부디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라도 찾아오면 플레잉 포 체인지(Playing for change)의 'Guantanamera'를 함께 들으리라 생각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곡의 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의 얼굴들... (적어도 나는) 그 얼굴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행복하다는 것 또한 실상은 별 것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 행복은 찾으려고, 가지려고 안달할 필요 없다는.... 그런 이야기.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이다. 정치적인 지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먼저인지도 궁금하고, '사람'이 그렇게 최우선적인 가치를 가질만한 것인지도 궁금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과 아픔이 사람으로 인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결코 사람에 대해서 긍적인 시선을 가질 수 없다. 나는 차라리 '사람'이라는 말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 냄새'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 그건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의문이다. 이 말을 자주 하는 선배의 속내는 대충 자기 이익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거나, 소박하고 남을 존중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겠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또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어떤 집단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다.


내가 싫은 사람도 사람이고, 내가 좋은 사람도 사람이다. 가해자도 사람이고 피해자도 사람이다. 가해자의 주변에도 사람이 있고, 피해자의 주변에도 사람이 있다. 그렇게 사람은 하나의 단어로 포괄할 수 없는 난해한 존재다. 믿을 수 없고, 불확실한 것이 사람이다. 도무지 사람을 믿어야 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법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은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이란 존재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최선의 태도다.


Guantanamera (by Playing For Change): 7분 40초

작사/작곡: Joseíto Fernández

제목은 스페인어인데 '관타나모의 여인'이란 뜻이다. 이해하기 쉽게 쿠바의 '아리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쿠바의 시인이자, 독립의 영웅 중의 한 명인 José Martí의 시를 기반으로 했다.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66년 미국의 보컬 그룹 'The Sandpipers'가 부른 후였는데, 이들이 커버한 버전은 'The Weavers'의 1963년 버전에 기반한 것이라고 한다(Pete Seager 편곡). 기본 가사와 멜로디 외에 다양한 편곡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후로는 이 버전이 표준으로 잡리 잡은 것 같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가수들이 이 곡을 커버했는데, 스페인 혹은 라틴 출신의 가수들은 거의가 한 번씩은 불렀다고 보면 된다.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쪽에 위치한 곳인데, 미국 해군 기지가 있는 곳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쿠바에 미 해군 기지가 있다는 것이 약간 의아한데, 노래 속에 묘사된 여인은 사탕수수와 면 생산지의 이미지다.

'플레잉 포 체인지'의 곡은 세계 여러 나라(근데 정확히 세보면 5개 나라다)에서 활동하는 75명의 쿠바 뮤지션이 부른 곡이다. 플레잉 포 체인지 재단의 'Songs around the world'프로젝트의 한 에피소드다. 이 프로젝트의 곡들이 대체로 좋다. 선곡도 좋고, 대부분의 곡에서 자연스럽게 흥와 한이 넘쳐난다. '거리의 뮤지션'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제,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곡이다.

https://youtu.be/blUSVALW_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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