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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10. 2017

And it's hard to hold a candle

In the cold November rain

한동안 읽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갑자기 쓰는 법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렇다고 맨날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고 보니 그 또한 재미없게 생각되어 그냥 시간만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머리 속에 있었던 것은 '완벽'이라는 단어였다.


천명관의 '고래'를 읽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 1년 전쯤에 동생이 천명관 소설을 읽어 보라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추천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까지 읽었는데, 내가 든 생각은 '작가가 고생이 많았겠구나'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래'가 가장 먼저 나온 장편이기 때문이다(2003년에 데뷔하여 2004년에 바로 '고래'를 내었다). 예를 들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라면 또 다른 10년 이내에는 같은 수준의 작품을 내기 어렵다는 얘긴데, 사람들의 기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은 아닐 수 있겠지만, '고래'는 첫 작품이지만 거의 정점(몇십 년 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에 있는 작품이라 이 기준으로 본다면 후속작은 미흡할 가능성이 높다. 독자 입장에서도 순서상으로 '고래'가 나중이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암튼 작가 입장에서는 참 곤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전하는 사람들이나 소비하는 사람들의 '완벽'에 대한 환상과 욕망은 다루기 어렵다. 그건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본성일 수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오만과 편견일 뿐이다.


진지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론을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우리의 언론을 보는 입장이 그렇다. 설령 그들의 목표가 그냥 매출을 올리는 것일 뿐일지라도 사회와 사람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것이고, 이를 '완벽'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에 편승하여 합리화시킨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들의 태도는 늘 흠집 잡기에만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깨끗한 유리창에 있는 흠집 하나는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용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더러운 유리창은 그냥 더러우니까...라고 무관심하거나 지나친다. 원래 목적이 깨끗한 유리창을 찾는 것이라면 최소한 어떤 것이 더 깨끗한 유리창인지는 따져 봐야 할 것 아닌가?


'완벽함'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해서 사람이다. 갈수록 늘어 나는 AI와의 대결은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줄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런 불완전성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가의 문제다.


영웅물이 대세로 자리 잡은 영화도 그렇다. 과거 대학 수업에서 현시대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찾아오라는 과제에 '설까치' 그림을 골라서 영웅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나약한' 심리를 설명하는 리포트를 제출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볼 때는 그 당시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이라기보다는 30년 만에 다시 영웅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심리는 늘 우리 의식 속에 있다. 다만 완벽을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가 인해 지금(현실)의 불완전함을 무시하는 태도로 돌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가 내렸다. 바람도 꽤나 매섭게 불어 댄다. 딱 11월의 비다. 그 차가운 냄새가 한 껏 좋다가도 금방 몸을 떨며 따뜻한 방 안으로 도망친다. 아직 싸워야 하고, 더 버텨야 하는데...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면 다시 일어설 준비는 해야겠다.


November Rain Single Cover (1992)

November Rain (by Guns N' Roses): 8분 57초

작사/작곡: Axl Rose

1991년 발매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Use Your Illusion I'에 10번째로 수록된 곡이며, 1992년에 싱글로 발매되었다.

싱글 앨범에 같이 실린 곡이 'Sweet Child o'Mine'이고, CD에는 'Patience'까지 실려 있어, 싱글 CD로는 드물게 국내에서도 판매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9분에 이르는 대곡인데, 미국 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라서 차트 10위권에 오른 역대 가장 긴 곡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Guns N' Roses에게는 세 번째로 긴 곡이다.)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Axl Rose는 1983년에 이 곡을 썼다고 한다. Guns N' Roses 전부터 라이브나 데모로 이 곡을 녹음하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18분이나 되는 버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면 좋은 곡은 아무리 길어도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은 주 멜로디가 여러 개가 나와서 실제로는 2~3개의 곡이 연이어 연주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름 대곡을 두루 섭렵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서 이 곡을 뽑는 것은 마니아 입장에서는 안이한 선택일 수 있으나 어찌 되었건 이 들이 이 곡을 발표했고, 나는 이 곡을 골랐을 뿐이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캘린더 만들기'에 대한 소식들이 나오는데, 나도 노래들로 캘린더를 만들어 볼까 했는데, 아직 빈 달들이 있지만... 11월은 당연히 November Rain이다.

이 곡은 또한 가장 비싼(제작비가 많이 들었다는 뜻) 뮤직 비디오로도 유명한데, 여자라면 웨딩드레스가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남자라면 아마도 Slash의 기타 솔로 연주 장면이 잊히지 않을 법하다. 흔히 하는 말로 간지 작살이다. Guns N' Roses에서 가장 흥미로운 친구가 기타리스트 Slash인데... 뭐랄까... 한 번에 끌리는 타입은 아닌데, 잊히지는 않는 그런 스타일이다.

Guns N' Roses는 1985년에 결성된 LA 출신이 하드록 밴드다. 밴드의 간판인 보컬리스트 Axl Rose가 있던 'Hollywood'라는 밴드의 멤버들과 'L.A. Guns'의 멤버들의 합쳐져 결성되었는데, Guns를 담당하던 리드 기타리스트 Tracii Guns는 데뷔 앨범을 내기 전에 팀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L.A. Guns의 멤버 모두가 데뷔 전에 다른 멤버로 교체되어 실질적으로 Guns N' Roses의 의미는 반쪽이 되어 버렸다. 한 때는 L.A. Guns가 이들의 전신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완전히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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