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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28. 2017

아무리 마음을 비우려 해보나 마나

그 뒤로 다시 생겨나는 분노 또 하나

세상은 온갖 일들이 넘쳐 나는데, 나는 물속에 잠긴 마냥 아무 느낌이 없다. 들리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이 그렇게 물속에 잠겨 있다. 한 번 이렇게 돼버리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 머리를 내밀고, 눈을 뜨고 귀를 여는 순간 쏟아지는 온갖 것들에 겁먹고 다시 물속으로 숨고 싶어 진다. 악순환의 고리다. 괜찮다. 모,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래도 '아직은' 이니까. 문제는 그래서 '지금은' 뭐 하고 있는데? 에 대한 답이다.


누가 시킨 일도, 그렇다고 먹고살기 위해서도 아닌데, 나는 왜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취미 생활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게 지나쳐 다른 종류의 생활에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취미 생활이라고 할 때, 참으로 괴상한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무언가 어려운 문제를 받았을 때, 그것을 풀고야 말겠다는 고약한 승부 근성이 원인일 수도 있겠고... 여하튼 난 취미 생활 때문에 오늘도 고통받고 있다.


'산다'는 것 혹은 삶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같은 수식이 붙더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가 끊어지는 것. 그것이 죽음이라면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관계가 맞다. 가끔씩 왜 그렇게 가족을 강조하고, 가족에 집착하는지도 이런 배경하에서 조금은 이해가 간다. 관계라는 관점에서 가족은 가장 확실한 삶의 자산이다. 따라서 관계를 맺는 것의 최종 단계로 가족을 구성하는 일은 타당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관계'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적대감도 하나의 관계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때로는 그 적대감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무협의 세계에서는 더더욱.(ㅎㅎ) 아무도 아무것도 미워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건 죽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심각한 혼란이 온다. 난 싸우는 게 싫은데, 그렇다고 그것을 마냥 피할 수만도 없고, 내가 살아 있는 한 그것이 사라질 일도 없다. 완전히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긴 하지만 막상 완전한 평화 상태(다행히도 100% 불가능하겠지만)가 되어 버리면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도 같다. 그래서 때론 완전히 막돼먹은 인간을 볼 때도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사람을 두려워하는데, 사람에 대한 미움만 쌓여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바, 정의로 중무장을 하고 싸움터로 나가면 그래도 주목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글쎄... 그런 사람들도 이미 차고 넘치는 것 같긴 하다.  (뭘 해도 어정쩡한... ㅠㅠ)


적의 (by D.O(이현도)): 4분 22초

작사/작곡: 이현도

1996년 발표한 이현도(D.O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모... 그냥 이현도로 통한다)의 첫 번째 앨범 'Do It'에 9 번째로 실린 곡이다.

이 앨범의 대표곡은 '사자후'이고 '적의'는 후속곡(당시 한국 시장에는 '싱글' 개념이 없어서 뮤직 비디오 등을 통해 방송을 장려하는 방식이어서) 임에도, 다른 곡들에 많이 밀리는 편이다. 특히 듀스의 멤버였던 김성재를 추모하는 내용에도 밀린 것 같다.

듀스나 이현도의 음악 스타일은 내 취향하고 거리가 멀다. 대체로 힙합 정서와 문화에 대해서 내가 잘 이해를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음악들은 그런대로 자주 듣긴 하지만 아무래도 난 그쪽 사람이 아니니까. 모르겠다. 한 20년만 늦게 태어났다면....

'적의'의 가사를 보면 영어가 한 단어도 없다! 그럼에도 가사를 그냥 읽기만 해도 리듬감이 생긴다. 스스로 랩을 전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가사를 그냥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읽어 보면 금방 이해하게 된다. 이 점은 정말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운드가 두텁고 공격적인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 점도 나하고는 잘 맞는다. 다만 어정쩡한 스피커, 어정쩡한 볼륨으로 들으면 잡음 덩어리처럼 들릴 수 있다. (좋은) 이어폰이나, 성능이 좋은 오디오를 통해 듣는 것을 권한다.

뭔가 답답하고 억눌린 기분이 들 때, 듣는 곡 중의 하나다. 의외로 과격한 곡들은 많이 없다. 대체로 단순한 리듬 위에 거친 소리가 잘 정리된 곡들이다.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록 댄스'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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