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가냘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아마도 영화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을 보고 나서부터?), 나보다 몇 배나 큰 나무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장면은 언제 봐도 장관이고, 하염없이 바라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마음이 진정된다.
나 스스로 실패에 대한 반성을 하면서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은 '화'다. 가정생활도 직장 생활도 다 그 화를 참지 못해서 망했다. 비교적 나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네가 정말 그래?'라거나 '네가 화내는 걸 본 기억이 없는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열 번 중에 한 번 화를 내니까... 그 마지막 고비를 못 넘는다는 말이다. 가끔은 살짝 순화해서 '한'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그게 그거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말하기 부끄럽지만, '참 잘나신 나'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항상 틀리지 않아야 하고, 나는 항상 답이어야 한다는 그 걸 버리지 못해서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내가 살던 세상을 한 번씩 벗어날 때마다 뭘 모르고 살았구나를 깨닫게 된다. 그게 자라면서는 나 자신을 키우는 동기가 되지만, 어느 정도 자라고 난 이후에는 자꾸 자만이 되어 버린다. 남에게 겸손을 강요하는 건 다른 문제지만, 사람은 커갈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바람에 이는 나뭇가지를 보는 내 마음이 이렇다.
어제는 뜻하지 않게 거의 밤을 지새웠다. 나는 정치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정치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몇몇 '진보(?) 언론'인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전쟁을 보게 되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혼자니까...) 아주 간단한 문제다. 언론은 정말 공정한 보도를 했는가 혹은 하고 있는가? 의 문제다. 물론 언론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잘못 알고 있다. 지금도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고.... 이제는 이런 환상에서 빠져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제대로 반성해볼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언론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도... 그 실체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보아야 한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 세상은 이제 나의 세상이 아니다. 내가 불안 불안하게 지켜보았던 그 꼬맹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훌륭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내가 선 위치에서 그렇게 보일 뿐 그 친구들은 그 나름대로 굳건하게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바라보는 내가 위태위태할 것이다. 자꾸 나 자신에게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멀리멀리 날고 싶어서 힘껏 갈 수 있는 데까지 갔다. 이제는 힘 빼고 천천히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언제나 한 자리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Be (by Neil Diamond): 6분 28초
작사/작곡: Neil Diamond
1973년 영화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의 사운드 트랙에서 갈매기 Jonathan의 테마곡이다. 이 앨범은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의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1974년에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촬영과 편집 부문에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 가지 생각난 것이 예전에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라고 영화 포스터 등에 크게 광고를 하곤 했다. 신기하게도 수상작은 잘 볼 수 없었고...)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Richard Bach의 소설(영어로는 'novella'라고 하는데, 이는 단편보다는 길고 'novel'보다는 짧은 작품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는 '중편' 쯤 되지 않을까 싶다-영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을 영화화한 것이다. 아마도 그 내용은 누구나 익히 들어 본 적이 있을 것 같다. ('아재'들만 그런가?)
닐 다이아몬드는 팝, 록, 포크, 컨트리 등 다양한 것 같지만, 왠지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곡은 거의 듣지 못했고, 이 앨범만 열심히 들었다.
앨범에 Be는 총 3번 나온다. 조나단의 등장 씬이 가장 길고, 엔딩곡이 3분 26초, 중간에 삽입된 버전은 1분 6초. 가끔씩은 가장 짧은 버전이 좋을 때도 있다. 대체로 엔딩곡을 선호하는 편인데, 긴 건 진짜 길다는 느낌이 든다.
참고로 이 곡은 반복해서 듣지 않기를 권한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가끔 한 번 듣고 끝내는 것이 좋다. 자꾸 들으면 싫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