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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pr 14. 2017

'아재'는 선택이 아니다.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최근에 TV를 보다가 무더기로 '아재'를 조롱하는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점점 TV 볼 게 없어지는데... 아주 잘 됐다 싶어 대부분 끄고 살지만..) 대체로 그런 내용이다. '아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 사야 할 것들, 해야 할 것들 등등을  소개해 준다. 좋게 말하면 세대 간 소통이지만, 대부분 '아재'가 됨을 조롱하고 구박하여 결국에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왜 '아재'는 부끄러워야 하는 것일까? '아재'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만 할까?


진화 심리학스럽게 분석해 보자면 아재가 된 남자는 여자에게 매력이 떨어지니까, 아재가 되는 건 서글픈 이야기이고, 어떻게 서든 그 수렁으로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원하지 않는다고 아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아니다.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 만의 일생을 살게 된다. 결국 아재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죽는다. 때문에 그런 것들이 조롱 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어설프게 아재가 아재 아닌 척할 때, 그게 더 부끄러울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가학적인 콘텐츠의 형태라던가... 경제적으로 시장을 확장을 위한 시도라던가... 그 가운데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세대 간의 연결과 흐름이다.


작년 3월에 도보 여행을 하면서 많은 생각(주로 반성?)을 했는데, 문득 '이제 일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아니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고 혈기 왕성한 후배들이 일할 수 있도록 뒤로 몰러날 때가 되었는데,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계속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세상의 변화나 진보를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전성기, 나의 세상은 이제 지났다고 하면 또 많은 또래의 아저씨들은 서글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울하게 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지금 또 우리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있다. 분명 과거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그러면서도 아머지 세대와는 또 다른... 세상.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면서 흘러가야 하는 것 아닐까?


'아재'라고 지적받는 일도 결국은 아재들이 자초한 일일 것이다.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난날의 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에 빠져서 안간힘을 쓰는 그 모습이 조롱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재는 선택이 아니다. 그저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조롱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인정하면 된다. 한 때 찬란했던 그 시간들도 지나면 희미해진다.


나를 포함한 아재들과 함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의 'April come she will'을 들어 본다. 마지막의 가사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다.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Sounds of silence (Simon and Garfunkel, 1966)

April come she will ( by Simon and Garfunkel): 1분 51초

작사/작곡: Paul Simon

1966년 발매된 사이먼 앤 가펑클의 2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Sounds of Silence'의 9 번째 곡이다. 영화 '졸업' 사운드트랙에도 포함되었다. 수록곡. 하지만 이보다 앞선 1965년 영국에서 발매된 폴 사이먼의 솔로 앨범 'The Paul Simon Songbook(왠지 반가움, ㅎㅎ)'에 먼저 수록되었었다. 이 앨범은 후에 폴 사이먼의 요청으로 절판되었고, 미국에서는 후에 폴 사이먼의 박스세트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우연히 'The Paul Simon Songbook'의 음원을 구했는데, 발매 연도가 2004년으로 표시되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바로 1965년에 발매됐었던 바로 그 앨범이었다. 이 앨범의 대부분의 곡들은 후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이름으로 다시 녹음하여 발표했다.

아재들에게 사이먼 앤 가펑클은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팀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듀엣 시절보다 폴 사이먼 솔로 시절의 음악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은 많이 순위가 내려갔지만, 한 때 그의 'Graceland' 앨범은 내가 뽑은 최고의 앨범이었다.

노래 'The sound of silence'는 1964년에 발표된 그들의 데뷔 앨범 'Wednesday Morning, 3 A.M.'에 처음 발표된 곡이다. 당시에 어쿠스틱 버전으로 발표되었는데, 영화 '졸업'의 사운드트랙 프로듀서가 전자 기타,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추가했고, 이 버전이 싱글오 발매되고, 결국 2집에도 수록되었다.

2015년 말에 'Disturbed'라는 헤비메탈 밴드가 'The Sound of Silence'를 커버하여 대히트를 기록했는데, 이 곡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매력 터진다!!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려 했지만, 이 포스팅의 주인공이 아니므로... 패스)

이 곡의 제목은 'April come she will'은 곡의 시작 부분일 뿐이다. 가사는 4월에 시작하여 9월에 끝난다. 계절이 변하듯 사랑이 변하는 모습을 간결하게 담아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대한 답변 같은 가사다. 곡이 짧아서 더 여운이 남는 곡이다. 시쳇말로 가성비 갑인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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