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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3. 2018

거기 멈춰 줄래요?

관계의 경계

며칠 전... 한 밤중에 술을 마시면서 갑작스러운 고백을 했다.

"사실... 전 지금 간절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배는 의외인 듯 혹은 아닌 듯한 반응.

"그 친구가 여자여야 하는 거?"

"아니요, 남자든, 여자든. 문제는 그 '친구'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거죠. 완전 내 맘대로니까...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원하는 걸지도 모르죠. 그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랬다.

누군가 다가오려 하는 순간, 어느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을 나는 예민하게 감지했다. 그럴 때마다 불편했고, 힘들었다. 몇 번인 가는 그게 너무 지나쳐 상대방을 마음 아프게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도망갔다. (뭐 내가 도망가는 경우도 마찬가지 결과이겠지만...)


그게 늘 원망스러웠다.

사람들 간의 관계라는 게 그런 과정에서 적당히 거리를 찾아가는 것일 텐데, 왜 나는 유난하게 반응할까? '나의 영역'이란 게 그리 대단할 것도 없고, 그걸 지킨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조금 무감각해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도 어느 순간 말하기 힘든 불안이 만들어지면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와 같은 그런 좋은 친구를 바라지만, 과연 나는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살짝 참담한 기분이 든다. 나는 애초에 방향부터 잘못되어 있으니까... 좋은 친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려고 했어야 하는 건데...


그깟 관계의 거리, 경계 같은 게 뭐라고...


더더밴드 4집 커버 이미지 (더더밴드, 2003)

In (by 더더밴드): 3분 53초

작사: 한희정, 작곡: 한희정, 김영준

2003년 발매된 더더밴드 4집의 첫 번째 곡. 3집에 이어 한희정이 보컬로 참여한 두 번째 앨범이다. 더더밴드의 데뷔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의 보컬리스트는 박혜경이다. 한희정 역시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와 결별한다.

사실 1,2집 이후 박혜경이 독립하면서 이 밴드에 대한 관심은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 2집과 2집과의 간격도 길었거니와, 해당 시기는 내가 음악과 멀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한희정이란 뮤지션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더더밴드의 3,4집을 듣게 되었는데, 4집은 듣자마자 바로 좋아하는 앨범으로 손꼽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운드와 보컬의 묘한 이질감 때문이었다. 이게 사운드와 보컬이 따로 논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이 하나로 잘 합쳐졌다는 의미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김영준이 보컬과 맞는 사운드를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 앨범은 -나의 평가와는 별개로- 2004년 제1회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했으니 음악 좀 듣는다 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작으로 통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곡 툭 튀는 곡도 없지만, 버릴 곡도 없고, 앨범 전체를 그대로 듣기에 좋은 앨범인데, 방송 등에서는 '그대 날 잊어줘'가 인기 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In'은 '그대 날 잊어줘'와 아주 비슷한 곡이다. (사실 같은 곡인 줄 았았다)

이 앨범에 대한 우수한 추천사와 칭송은 지금도 검색하면 쏟아져 나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즐기라는 것뿐이다.

원래는 구병모의 '네 이웃의 식탁'을 읽고 나서 어울리는 노래로 고르고 글을 쓰다가 포기했다. 소설과 노래의 분위기는 잘 어울린다 싶었고, 공동체 혹은 사회 안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쓰고 싶었지만, 결정적으로 소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데다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끄집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굳이 끼워 맞추면 안 될까 싶었지만, 무리하면 탈 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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