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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갇히다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by Roke

10년을 넘게 TV 없이 살아도 별 불편함을 못 느꼈던 것은 PC와 모바일의 영향이다. 그리고 유튜브는 결정적이다.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때도 유용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여기서도 갑갑함을 느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워야지 라고 되뇌면서도 아직 다른 대안은 없다. 책이라도 읽으면 나아질 텐데... 아쉽게도 요즘은 책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계속 후회의 반복이다.


한 때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회사에 다녔었기에 그런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애당초 익숙했고, 그 당시에도 살짝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 그렇게 능동적이지는 못하다. 게다가 조금씩 에너지도 떨어지고, 시력이나 청각 기능도 알게 모르게 떨어지고 있으니 그저 갖다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말도 안 되는 것들 추천에 뜨면 다시는 추천하지 말라고 피드백 주는 정도... 그러다 보니 점점 갇혀 간다. 같은 것들을 반복해서 소비할 뿐...


사실은 유튜브 이전에도 그랬다. 네이버 메인 화면 꼴 보기 싫어서 도피한지도 10년이 다 넘었지만, 그다음 페이스북도 별 차이 없었다. SNS에 대해서 '유유상종'이라고 그 안에 벌어지는 일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랬음에도 그저 플랫폼만 바뀔 뿐 똑같은 일들의 반복이다. 구글의 메인 화면만이 그나마 비어있는 나만의 공간일지 모르겠으나, 그 순간은 너무 짧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단어가 없으면 바로 유튜브 화면으로 넘어가 버리니....


삶은 갇혀 있다. 어느 정도 크기의 감옥에 갇혀 있는가, 어느 정도 크기면 만족하는 가의 문제일 뿐... 그 구속을 깨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나는 어느 정도 '자유'를 삶의 방식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 유튜브에 갇혀있는 나를 보면 이제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 건가? 의심이 든다. 정말로 나는 멈추고 싶은 것 일까....


자유라는 것... 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본다. 있지 않지만 그것을 향해 가야 하는 것... 삶은 늘 크고 작은 장벽 속에 갇혀 있지만, 그 장벽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사람의 방식인 사람에게 자유는 불확실하지만 괜찮은 길잡이다.


산울림 3집 앨범커버(산울림. 1978)

내 마음(내 마음은 황무지)

산울림

작사/작곡: 김창훈

1978년 발매된 산울림의 3집 첫 번째 트랙

김창완이 아닌 김창훈이 노래를 했다. 한대수의 '물 좀 주소'와 비슷한 목소리로...

사운드가 약하긴 하나 적당히 보정하고 들어 보면 딱 헤비메탈 사운드일 정도...

제목을 '내 마음은 황무지'라고 하면 묘하게 황무지에 관심이 확 가버리는데... 가사 내용 감안하면 '내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나 싶다.

신해철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이 커버를 한 것이 있는데, 썩 괜찮아 보이는 것이 없다. 곡이 좋아서... 웬만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지나치게 리메이크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곡 자체가 완성형인 곡이라면 굳이 이것저것 손대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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