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1967.
시대가 낳은 노래가 있고, 시대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가 있다. 프로콜 하룸(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은 후자에 가깝다. 곡에 대해서 위키에 상당한 분량의 내용이 있지만,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One of the counterculture anthems of the 1967 Summer of Love", 이 부분이다.
1967년 summer of love를 상징하는 노래가 하나 더 있다. 스콧 맥킨지(Scott Makenzie)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다. '샌프란시스코에 갈 때는 머리에 꽃을 꼽으라'는 가사의 그 노래. 이 시절의 사진과 전설들은 지금도 종종 회고된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종종 이 때의 사진들이 돌아다닌다.
저항의 시대, 반전, 평화, 음악, 사랑, 보헤미안, 히피, 꽃의 세대... 지금은 전설 속의 어딘가에 자리 잡은 말들이지만, 여전히 젊음과 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이런 것들이 삶 그 자체였고, 지금은 소비의 대상이 되어 버린 정도? 상품화된 '체 게바라'도 비슷한 맥락이다. 뭐랄까... 가장 높은 수준의 절실함이 역설적으로 풍요로움을 과시하기 위한 액세서리가 되어 버렸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그 해 여름이 끝나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바로 그 세대 아닌가? 당시의 젊은 이들은 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행동했다. 그리고 세상은 변했다. 현대사에서 그들은 승리자였고, 드물게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그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심지어 지금은 권력도 갖고 있다. 기성 세대에 반항했던 사람들이 기성 세대가 된다고 세상이 달라지는가? 아쉽게도 그런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보면, 1967년의 '사랑의 여름'은 단지 그 시대의 그 세대를 상징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만의 잔치고, 그들만의 추억일 뿐이다. 나는 다만 부러운 것이다. 우리 세대는 그런 경험이 있는가? 지금 청춘 세대는 그들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1960년대 보다 지금이 훨씬 빈곤한 시절이다.
* A whiter shade of pale (by Procol Harum): 6분 4초, 4분 3초(앨범 버전)
* 1967년 3월 발매, 영국에서는 싱글이 먼저 발매되어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고, 후에 미국에서 발매된 앨범에 수록
* 작사/곡: Gary Brooker, Keith Reid, Matthew Fisher (원래는 Gary Brooker, Keith Reid 두 사람만 작곡자로 등록되었는데, 오랜 소송을 통해 매튜도 저작자로 등록되게 되었다. 사실 이 노래의 핵심은 그 오르간 멜로디인데...)
* 4분짜리 곡은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끝나 버려서... 안 좋다. ㅠㅠ (그런데 풀 버전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 알려진 커버 버전만 1,000곡이 넘는다는 데, 이를 정리한 웹 페이지도 있다. 그런데도 내가 가진 곡들을 뒤져 보니, 6개 종류 밖에 없다. 유튜브에는 차고 넘치니 뭐... 앞으로도 커버는 계속 나올 것이다. 원곡은 사이키델릭 혹은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클래시컬한 커버가 많다. 2011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덴마크 공연 영상이 있는데, 이건 추천한다. (https://youtu.be/St6jyEFe5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