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Nov 18. 2015

Stationary Traveller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카멜(Camel)의 'Stationary Traveller'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려는 동독의 난민을 주제로 한 음악이다. 노래 제목들만 읽어도 하나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앨범이다. '가지 못하는 여행자?'는 그냥 들으면 역설적인 표현 정도로 느껴지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생각하면 지독하게 절망적인 표현이다.


베를린의 벽은 음악에서만도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특히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여러 가지로 많이 이용했다. 음악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2개 있는데,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d desire)'와 최근의 소설 '모멘트(Moment, Douglas Kennedy)'다. 


카멜의 음악과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그리고 빔 벤더스(Win Wenders)의 영화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게는 하나로 묶인 3부작이다. 묘하게도 어느 하나를 생각하면 나머지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카멜의 음악은 영상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는 사진으로 보는 게 훨씬 좋다. 그리고 소설은 음악을 들은 것처럼 느껴진다. 한마디로 분위기가 같다.


지금 우리를 생각해 본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면서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 결국 전쟁해서 이기자는 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북쪽이나 남쪽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대학생 시절 이래로 '통일'에 대해서는 똑같았다. 어떤 게 통일이라고 부를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든 내가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게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바람이다. 김연수의 산문집 '여행할 권리'에 이런 얘기도 살짝 나와있다. 덕분에 난 늘 통일에 대한 담론에는  시큰둥했다. 나의 소원이 통일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휴전선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린 얼마나 많은 장벽을 쌓고 사는지, 지금 통일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매일 매일 직장에서 보는 사장과 직원과의 높은 벽. 부모와 자식 간의 깊은 벽. 모르는 사람들 간의 투명하고 견고한 벽. 계급 간의 건널 수 없는 넓은 벽. 우리는 지금 정체되어 있는 여행자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그래서 절망적이다. 


Stationary Traveller (by Camel): 5분 34초

1984년 8월 발매

카멜의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타이틀이자, 다섯 번째 곡이며, 연주곡이다.

작곡: Andy Latimer

카멜은 담배 이름이기도 하고,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담배값과 같은 이미지의 앨범도 있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이 골초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까지 쟁쟁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많지만, 지명도에서 딸린다고 음악도 그렇지는 않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견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고, 좋은 음악들이 많다.

이 곡은 DJ(라고 하는 게 맞겠지) 전영혁 씨가 자주 소개하던 곡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영혁 키드들에게는 익숙한 곡일 것 같은데... 전영혁 씨가 갖고 있는 지독한 차분함과 그 너머로 고여 있는 슬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노숙 후의 아침 공기 같은 분위기 때문에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기타를 제대로 배웠을 때, 가만 먼저 카피하고 싶은 곡으로 찍어 놨다.

*2020년에 3가지를 묶어 영상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https://youtu.be/YG7zsoJP2Q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