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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28. 2015

I'm knockin' on heaven's door

용서의 조건

죽을 때가 되면 지나간 생을 돌이켜 본다는 데...  그때는 정말 '후회'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뭐가 되었든 후회할만한 일을 알게 되지 않을까?


죽으면 용서가 다 되는 걸까?  마음속 한 편에 갖고 있는 의문이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단연코 '노'다. 살아서 평가를 받는 만큼 죽어서도 같은 평가를 해야 한다. 어차피 당사자는 아무 기억도 없고, 존재도 없다. 내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이긴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죽었다고 그 사람이 남긴 흔적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 전, 지난 일요일이  되자마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음을 듣고는 뭔가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구체적인 건 아니었다. 뻔하다. '한국 현대사의 큰 별이 지다'류의 공치사일 것이고, 그래도 우리나라의 발전에  한몫을 했다. 어떤 어떤 면에서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둥... 그런 가운데 다소 과고 있었다 정도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들... 당장 찾아본 사람들의 반응도 애써 잘했던 것들만 언급하며 명복을 비는 내용들... 나는 거기에 동참할 수는 없었다. 그냥 잠자코 일주일 동안 모른 체했다. 뻔한 흐름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 죽었다고 용서해야 되는 건가?' 과거에 그런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이 권력에 집착하는가에 대해서. '한명회' 같은 인물에 대해서 평범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것 외에는 남은 게 없다. 그래서 그렇게 기를 쓰고 권력 한번 잡아 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모를 일이다. 또다시 100년이 흐른 후에는 이완용이 어떤 위인으로  탈바꿈할지 두렵다. 마찬가지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죽고 나서 결국 남는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니까. 그걸 생각하면 토할 것 같은 메스꺼움이 인다.


나같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지금껏 정답을  찾아보려 해도, 도무지 사람들 사이에 옳고 그름만큼 불확실하고 모호한 게 없다. 그러다 보니 확실한 것만을 쫒게 되는 데, 그게 권력, 돈, 명예 뭐 이런 것들 아니겠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보고 배울만한 것이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용서할 수 있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책임을 물어도  소용없다. 다만 용서를 할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나도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어서 편법을 썼다. 그게 잘못된 일이었고, 후회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반성 한번 해주고 떠나갔으면 좋겠다. 역사에 남을 거라면 더 떳떳하게 남았으면 좋겠다. 비루하게 이름 석자만 남기지 말고, 가르침을 남기고 떠났으면 좋겠다.


모르긴 몰라도 천국의 문 앞에 선 입장이라면 자신의 생을 한번 돌아보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 주어야 살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평범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 급이라면 생을 정리해 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사실 평범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 최소한 그 조건은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도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증오나 적개심을 없애고 최소한의 애도는 하고 싶다. 죽음은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Knockin' On Heaven's Door (by Selig): 3분 57초

1997년 동명 영화 엔딩 타이틀 곡

밥 딜런의 원곡 역시 사운드 트랙임 'Pat Garreett & Billy The Kid'의 삽입곡. 1973년 7월 13일 발매

작사/작곡: Bob Dylan

*이 곡만큼 원곡의 힘과 리메이크의 힘이 공존하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리 커버가 많아도 대표적인 커버 히트는 다섯 손가락 안 쪽에서  정리되는 데, 이 곡은 예외. 누가 부르던... 다 좋다. 웬만한 경우 아니면 커버곡보다는 원곡을 선호하는 편임에도, 이 곡의 다양한 커버는 애초에 그런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별도의 발매 없이 라이브에서만 커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누가 불러도 'Knockin' On Heaven's Door'는 'Knockin' On Heaven's Door'다. 이 곡으로만 송북 하나 만들어도 될만한데... 막상 가진 곡들 털어 보면 내 손에 있는 것은 아직 많이 없다.

어렸을 적에는 보컬로서의 밥 딜런을 듣기 힘들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점점 밥 딜런이 노래하는 게 좋다. 의외로 커버 곡도 많아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노래를 너무 맘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어, 때로는 낯선 기분이 들 때가 아직 있다.

1997년에 독일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다시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번에 볼 때는 어떤 걸 보게 될지....  기대된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두려운 경험이 아니라, 쓸쓸한 경험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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