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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Dec 03. 2015

Killing in the name of

가면을 쓴 폭력에는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오늘(12월 2일 기준) 페이스북의 화제는 '도심 광장에서 소란한 데모 좀 하지 맙시다'라는 주장에 대한 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Q&A 글이었다. '폭력 시위'는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 중의 하나다. 지난 11월 14일 이후 12월 5일로 예정된 집회에 대해서 꾸준하게 제기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갈수록 초점이 '폭력'에 맞춰지고 있다. 여전히 사회 통념으로 폭력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누가 때리면 차리리  맞아라'라고  교육받은 환경에서는 얘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상황이면 '폭력 시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믿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인다. 애초에 논쟁 자체가 왜 광장으로 나가야 하는가? 가 중요한 것이고 이를 통해 그들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나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폭력이 정당한가 나쁜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면 논쟁은 끝날 길이 없다. (애초에 민주주의가 그런 것이긴 하지만..)


좋은 놈과 나쁜 놈이 싸우게 되면 나쁜 놈이 이길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나쁜 놈들은 반칙을 해도 그들에게는 반칙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정당한 싸움이 되지 않게 된다. 누군가 선거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속으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네거티브를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싸움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안타까움이다. 우리는 연출된 상황에서 항상 좋은 놈이 결국 이기는 모습을 보아 왔을 뿐이다. 현실은 여전히 나쁜 놈이 유리하다.


어제 공유가 많이 된 뉴스는 여자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남자가 벌금형 받고 멀쩡하게 다시 학교 다닌 다는 뉴스였다. 이 역시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분개한다. 어떤 기자는 벌금 대신 내고 그 남자를 200대 때렸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도 남겼다. 그 코멘트에 대해서 '나쁘다'고 할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전체 맥락을 알고 있으니까.


모든 권력이 폭력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권력 그 자체가 폭력적이다. '거칠고 사나운'(국어사전  찾아봤다)' 모양새가 아니더라도 강제적이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면에서는 폭력이다. 민주 사회라고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권력이 존중되어야 할 조건이 상호 이해와 존중이고, 이를 위한  의사소통인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걸 잃어버리고 말았다.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이 소수이든 다수이든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서 답변해야 한다. 그러면 광장에 나가서 시위할 일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질문에만 답하고 그들이 선택한(대개는 듣기만 할)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잠자코 있으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위장된 폭력이고, 심각한 문제다.


애초에 정상적인 싸움도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정부나 경찰에서 하는 말들은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이미 그들은 전쟁할 각오다. 왜냐하면 전쟁이 나면 날수록 공권력에 의한 폭력을  합리화할 수 있으니까. 그들은 나쁜 놈들이고 반칙을 애초에 반칙이라 생각하지 않으니까. 여기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가만히 할  얘기하고 그냥 넘어 갈까? 애초에 그렇게 해서 이야기 들어 줄 사람들이었으면 벌써 대화는 차고 넘쳤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 잘 모르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생각하면 12월 5일  하루쯤은 자리를 비켜 주었으면 좋겠다. 정부와 경찰 그리고 언론의 가면을 쓴 정부의 이야기만 보지 말고, 왜 그 사람들이 광장에 나가야만 하는지 관심을 갖고 전체 이야기를 읽어봐 주었으면 한다. 그러고 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Killing in the name (by Rage Against The Machine): 5분 14초

*1992년 11월 2일 발매(싱글 기준)

*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의 데뷔 앨범의 2 번째 곡

*RATM의 시그니쳐 송이다.

*이 곡은 2009년 영국에서 크리스마트 차트 1위에 올리자는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내년 영국의 크리스마스 차트는 X Factor라는 TV 쇼의 우승곡이 1위를 차지해 왔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Rage Againt X Factor라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의 수익은 전부 자전 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이래저래 저항의 상징인 곡이고, 그룹 자체가 확실한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는 것도 맞다.

*크리스마스 차트 1위 곡은 BBC Radio 5 Live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이 전통(?)인데,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들이  초청되었을 때, 마지막 가사는 부르지 않는 것으로  약속했지만, 당연히 원 가사 그대로 불렀다. 가사를 보면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다. "Fuck you, I won't do what you tell me"

*RATM의 부클릿을 보면 방대한 분량의 레퍼런스 리스트를 적어 놓았는데,  예전 같으면 국내 금지 도서 목록이라고 보면 된다.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앨범이고, 내가 여태껏 무척 사랑하는 앨범이다.

*분노를 잘 표현하는 뮤지션으로 RATM과 에미넴(ENIMEM)을 꼽는 편인데, 실제 많이 답답할 때 찾아 듣는 뮤지션들이다. 그리고 곡만 놓고 보았을 때,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 커버한 'Faith'도 자주 듣는다. 내가 이런 음악을 듣고 있는 경우는 화가 많이 나서 삭히는 중일 때라고 보면 된다.


Fuck you! I won't do what you tel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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