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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Nov 14. 2015

우리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정태춘)

지훈아, 

아빠로서 너에게 남겨줄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돼. 네가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아직 걷지도 못할 때에도 아빠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 주면, 너는 방긋 웃으며 손발을 휘적이 곤 했지. 조금 커서 같이 여행을 다닐 때에도 길거리 공연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네 모습을 보면서는 아빠가 미소 짓곤 했었지.


이제 조금씩 네게 들려주고 싶은 곡들을 골라 볼까 해. 우리 음악이 무엇인지는 천천히 이야기 하자. 좋은 곡들 하나하나씩  얘기하다 보면, 음악이 무엇인지, 세상이 어떤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또 때로는 사라지는 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이건 아빠가 네게 남겨 주는 유산 같은 것이 아니라, 지금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의 주제 같은 거지.


"아, 대한민국"이란 노래가 있어. 한 곡이 아니라 두 곡이 있지. 하나는  정수라라는 가수가 부른 곡이고, 다른 한 곡은 정태춘이라는 가수가 부른 곡이야.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사뭇 다르단다. 아빠가 네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는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이야.


정태춘이라는 분은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야. ‘시인의 마을’이라던가 ‘서해에서’와 같은 좋은 노래들이 많아. 가사도 아름답지만, 소리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돼. 정태춘의 초기 노래들에서도 아빠는 뭐랄까.. 어두움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단다. 그림 어느 한 편이 살짝 어두운 그늘에 덮여있는 느낌?


이 노래, '아 대한민국...'은 1990년에 세상에 나왔어. 네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고, 아빠도 나중에 너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하던 때였지. 게다가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나왔지. 지금의 너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노래를 만들고 세상에 발료하려면 먼저 검사를 받아야 하던 그런  때였어. 너도 나중에 그 시대에 대한 걸 알게 될 거야. 오늘은 그냥 같이 노래를 들어 보자.


노랫말이 잘 들리지? 아직은 네가 이해 못할 말들도 있을 거야. 그래도 그건 알겠지? 각 절마다 서로 다른 2가지 풍경이 대비되어 있다는 걸. 대체로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반대되는 사람들... 그렇게 마음이 편한 이야기는 아닐 거야. 그래도 아빠는 네가 이 노래를 잊지 않고 가끔은 들어 주었으면 해.


지훈아, 네가 세상을 살아 가는데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 연관이 되어 있지. 네가 무심코 벌인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줄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러기에 아빠는 네가 주변을 둘러 보고, 너만의 방식과 생각을 넘어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갖기 힘든 것일 수 있어. 네가 즐겁기 위해, 한 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직은 어려울 거야. '아, 대한민국....' 다른 노래들보다는 훨씬 불편하고 힘든 노래야. 노래가 항상 아픈 곳만을 들춰 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아냐. 때로는 기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고, 때론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해도 좋겠지. 마찬가지로 이 노래가 네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네가 처한 상황, 너의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가도록 하렴.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 이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빠는 좋을 것 같네.


지훈아, 하루하루를 살면서 힘들고 아플 때도 있어. 네가 부디 그런 것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또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무너지지 않고... 말이야. 다음에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골라 보자꾸자.

잘 자라~


*아, 대한민국... (by 정태춘): 5분 24초

*1990년 10월 발매 (테이프)

*1996년 6월 발매 (등록?)

*정태춘 5집 앨범의 타이틀 곡

*정태춘의 디스코그래피는 많이 복잡한 데, 앨범 자체에 5집으로 표시되어 있으니, 5집으로 보는 게 맞겠다. 부인인 박은옥과 공동으로 발매한 음반도 있어서 전체 순서로는 일곱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의 세 번째 곡은 '우리들의 죽음'을 들을 때마다 아프다. 처음 들었을 때는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용을 빼고 보면 소리 측면에서는 이전의 앨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강에서 돌아와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 섰을 뿐이다. 토속화 된 포크 사운드와 국악기의 활용 등은 이전 앨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정태춘의 음악은 가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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