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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pr 11. 2016

My old friend, the end

연옥을 떠돌게 되다.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성적으로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을 해도, 또 다른 나-본능적이며, 무의식의 결정체인-는 동의하지 않았다. 삶에의 의지는 어느 순간 이성(혹은 생각)을 이겼다. 태어남은 나의 선택이었고, 살고자 하는 무시무시한 본능은 늘 내 안에 숨어 있었다.


'죽는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던 비밀. 생명의 세계에서는 오직 죽이는 것만이 존재한다는 것. 자살도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단순히 '죽겠다'는 생각 만으로는 또 다른 나의 본능을 이기지 못한다.


그날 밤. 그렇게 나는 나와 싸웠고, 참담한 기분으로 사라졌다.


한 달.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만큼 지났으면 이제 잊을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아직 연옥을 떠돌고 있다.


*The end (by The doors): 11분 41초

*작사/작곡: Jim Morrison, Ray Manzarek, Robby Krieger, John Densmore

*1967년 1월 4일 발매 (앨범)

*도어스(The doors)의 1집 앨범 'The doors'의 11번째 수록곡

*이 곡은 도어스의 곡으로 보다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의 곡으로 더 유명한 듯하다. 물론 그것도 도어스의 곡이지만.

*가사 중에 근친상간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한 곡이지만, 통상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정도? 이보다 더한 곡들도 산더미처럼 많은데....

*짐 모리슨,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짐 모리슨과 도어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이 곡을 유심히 듣게 되면서 느낀 점은 긴 시간 동안 매우 일관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 보컬 역시 묘한 매력으로 끌어당기는 데, 특히 중간에 내레이션으로 읊조리는 부분(위에서 언급한 바로 그 부분)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준다. 다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짐작한다.

*파리의 페르 라쉐즈에 2번이나 갔었는데, 도대체 왜 갔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7살에 멈춰진 삶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나의 끝은 어디일까...


아직도 망설이게 됩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되겠다 생각하면서도 막상 다시 생각하면 그게 필요한 일인지도 고민하게 되고... 그렇다고 이렇게 뭉뚱그려 감정으로만 덧칠된 글을 만드는 건 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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