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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01. 2016

눈을 뜨면... 사라질까 봐

꿈과 아침의 틈

아직 잠을 자는 일에 익숙지 않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 오려 노력 중인데도, 잘 안된다. 하룻밤 동안 서너 번 잠을 잔다. 깨었다, 다시 잠들고, 깨었다 다시 잠들고... 시계를 보면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잠에서 깨어난다... 아침을 맞는다... 는 표현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꿈을 많이 꾼다. 사실 꿈이 아니라 '생각'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면... 그 모습 사라질까 봐... 난 눈을 계속 감아'라고 하는 상태. 그 생각만을 보자면 간절함이 절절한 것이겠지만...


한 달 동안 꿈을 꾸면서 지금까지의 일생을 다시 살았던 것 같다. 아주 어릴 적의 의정부 그 길을 걷던 장면에서부터 군대의 일, 그리고 최근의 일 까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살곤 한다. 이상한 일은 그런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잠에서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에도 비슷한 일들은 반복된다.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늘 언젠가 왔었던 곳에 와 있다. (사실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는 처음 가보는 곳도 많다. 하지만 기억에 저장되는 순간은 두 번, 세 번 반복되어야 하니까...) 그곳에서 존재했었던 나 자신의 흔적을 찾아보곤 한다. 꿈에서처럼...


왜 일까? 뒤돌아 보지 않겠다고, 지나간 것에 미련 두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매일 아침, 눈 뜨면 멍하니 벽만 바라보게 된다. 무슨 의미인지 보다는 오늘 하루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다시 잠 속으로 숨어들어야 하는지... 그 순간들이 아직은 낯설다.


*눈을 뜨면 (by 에피톤 프로젝트)

*작사/작곡: 차세정

*2009년 2월 24일 발매된 앨범 "긴 여행의 시작"에 두 번째 수록

*"긴 여행의 시작"은 에피톤 프로젝트는 정규 앨범으로 분류하지 않고 스페셜 앨범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정규 1집은 2010년에 발매된 "유실물 보관소"라고 한다. (디지털 소비 환경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변화인데, 그냥 음악을 듣는 데에는 상관없지만, 컬렉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관리가 약간 귀찮아진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차세정의 원맨 밴드다. 유희열의 '토이'와 같은 경우라고 이해하면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는 사람 다 알고, 팬층도 상당히 두터운 뮤지션이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방송이나 미디어에 노출도 많지 않은 편이나,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써서 책도 냈다고 하니... 알게 모르게 가까운 곳에 있을 것 같다.

*'눈을 뜨면'은 후에 파스텔 뮤직이 프로젝트 'Ten Years After'의 네 번째 싱글로 같은 소속사 뮤지션인 센티멘탈 시너리가 커버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보다 이 곡이 조금 더 많이 알려진 것 같기도 하고.... 친구를 통해 강제로 처음(그리고 계속) 이 곡을 들었던 것도 센티멘탈 시너리의 커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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