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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16. 2016

But I'm a creep...

I don't belong here, 세상 어디에도...

어느새 3개월이나 지났다. 외적으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내적으로는 점점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싸우는 게 요즘의 일이다. 여전히 잠은 잘 못 자고 있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두렵다.


시간이 제법 지난 '작가의 서랍'을 열어 다시 본다. 이미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반복을 한 흔적. 저장되어 있는 것 외에도 임시 저장 글 안내 메시지가 계속 뜬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는 자세히 쓰고자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그다지 정확하지도 않은 것 같고... 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도 들었다. '그래도...'라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젠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할 것 같다.


(참,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날 밤에 난 죽겠다고 마음먹고, 자살 시도를 했다. 당연하게도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것이 의미가 없었고, (내가 생각한)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내 존재가 없어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2년 전쯤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때를 많이 생각했다. 당연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사는 일이 그렇다. 오늘 아무리 최악의 일들을 겪었더라도 살아 있는 한 내일이 되면 그 일들은 지나간다. 하루 만에 바뀌기도 하고,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 믿음이 있었다. 때문에 더 이상 자살을 한다는 생각은 안 하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외로웠다. 누군가 옆에 없다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힘겨웠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만 있었다. 그리고 캄캄했다. 무게가 느껴지는 암흑. 어두움이 살아 움직여 나를 덮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떤 믿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이나 목을 매었다. 잠을 잔다 생각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 몸은 나보다 훨씬 빨리 반응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어느새 날은 밝아 오고 있었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도망을 쳤다.


새벽 골목길을 미친 듯이 걸어가면서.... 스스로 'run~ run~ ru~~~~~n'을 외치고 있었다. 아니 머리 속에서 계속 기타 소리와 절규가 뒤엉켜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Creep (by Scott Bradlee's Postmodern Jukebox ft. Haley Reinhart): 4분 56초(유튜브 비디오 기준)

*작사/작곡:   Radiohead, Albert Hammond, Mike Hazlewood

*2015년 4월 17일 유튜브 게시. 후에 2015년에 발매됨 Emoji Antique 앨범에 수록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데뷔 싱글로 1992년 발매, 1993년 1집 'Pablo Honey'에 수록. 1993년부터 영국 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해서 미국에서도 꽤 성공한 곡이 되었고, 결국 영국에서도 재발매되었다.

*90년대 명곡 중의 하나이지만, 늘 들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다. 발매 초기에 '너무 처진다'고 라디오에서 잘 안틀어 주었다고 하던데, 그거 이해가 간다.

*홀리스(The Hollies)의 1973년 곡 'The Air That I Breathe'와 멜로디가 비슷하여 아예 작곡자에 공동으로 표기된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는 '장르적 유사성'같은 이유로 표절 아니라고 우기던데... 작곡자는 Albert Hammond와  Mike Hazelwood이고, Albert Hammond의 1972년 앨범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앨범에 발표 되었고, 후에 홀리스가 부르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홀리스의 마지막 챠트 히트곡이라고 전해진다.

*프린스(Prince)나 프리텐더스(The Pretenders)도 라이브에서 커버를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 복면가왕에서도 김동명과 밀젠코 마티예비치(Miljenko Matijevic)가 부르기도 했지만, 그것도 별 감흥은 없었다. 라디오헤드도 라이브에서 잘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곡은 처음의 싱글 버전 그대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포스트모던 주크박스라는 프로젝트에서 헤일리 라인하트(Haley Reinhart)라는 가수와 함께 이 곡을 불렀는데, 이게 너무 좋다. 유튜브에서 일주일에 한 곡씩 히트곡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하여 커버하는데... 가끔씩 챙겨 볼만 하다. 그중에서 헤일리 라인하트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무려 1990년생-노래하는 거 보면 개인적으로 '누나'라고 느끼곤 하는데...)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래 근사한 복고풍 목소리를 가진 여가수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그 날, 아침에 내 귓속에 울리던 'creep'은 라디오헤드의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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