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삶에는 가정이 없다. 그럼에도 '~~ 했었다면'이라고 가정해 보는 것은 지금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어린왕자'를 처음이자 유일하게 다 읽은 것은 20살 때였다. 그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군대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정 시간 강제로 책을 읽으라고 했으니까. 하루 일과가 끝나면 일기를 쓰는 것도 강제였다. 적응의 문제는 있었지만, 한번 강제의 범위 안에 자리 잡으면 편하다. 밥 먹으라면 먹으면 되고, 잠을 자라고 하면 자면 된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저 주어진 대로 행하면 된다. 주어진 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하면 된다. 사람들에게 자율과 강제 중에 선택을 하라면 십중팔구는 자율을 선택한다. 그러나 막상 자율을 주면 불편해 하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책임에 대한 두려움과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어린왕자에 감추어진 여러가지 가운데, 그 책임이라는 것을 배웠다. 사랑이라는 것, 관계라는 것이 톱니 바퀴처럼 누군가는 길들여야 하고, 누군가는 길들여져야 성립이 된다. 그리고 길들이는 쪽은 책임이 생기게 된다. 아직 나는 그 책임이 두렵다. 내 자신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어렵다. 내가 사람을 두려워하고, 사랑에 실패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 이전에 어린왕자를 알고 있었나?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렴풋이 앞에 모자 그림, 상자 그림 있는 책은 몇 번 펼쳐 보았던 기억이 난다.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으로 봐야 한다던가 하는 얘기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콧방귀 날리던 때니까... 이 책을 이해할만한 소양이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다시 어린 왕자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약간은 회의적이다.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보일테니까. 한줄한줄의 무게감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다. 다만 들여다 볼 수는 있게 되었다. 양을 담은 상자처럼, 어린왕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담고 있는 상자다.
Salvation (by Gabrielle Aplin): 4분 10초
2014년 1월 12일 발매(싱글)
2013년 발매된 데뷔 앨범 'English Rain'의 6번째 수록 곡. 다섯번 째 싱글
작사/작곡: Gabrielle Aplin, Joel Pott
싱글 자체의 인기는 별로 없었다. 이전 앨범을 통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곡이니까, 굳이 싱글을 또 구매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린왕자 2015'의 2번 째 예고편에 배경음악으로 등장. 국내에서는 첫 번째 (예고편). 나는 이를 계기로 이 노래를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자주 많이 듣고 있다. 비슷한 얘기지만, 이 곡이 어린왕자의 예고편에 쓰이지 않았다면 잘 몰랐거나 그냥 스치는 곡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날 우연히(라기 보다는 영화 홍보 마케팅에 걸려 든 결과겠지만..) 예고편을 보게 되었고, 멍하니 눈물 흘리고는 이 곡을 찾아 보게 되었다. 냉정하게 평가 한다면 노래 자체의 매력은 80점 정도? '와우' 할만한 요소는 없지만,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 정도다.
나이 스물에 다 읽은 어린왕자는 모든 면에서 나에게는 구원이었다. 그 이전에는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받아 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구해졌다.